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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한미 금리 1%P차 원화가치 '곤두박질'…한은 추가 '빅스텝' 무게

신병근 기자 2022-11-10 06:00:00

24일 마지막 금통위…3.0%→3.5% 인상 가능성

外자본 이탈, 수입품 환산가↑…인플레 리스크

업계 "치고받는 답답한 증시…연준 피벗 필요"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4일 예정된 가운데, 한 번에 0.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 단행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진은 전월 10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베이비스텝? 빅스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한은 금통위에서 한 번에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인지, 전월에 이어 연속해서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美 내년 5월까지 연속 인상할듯…한은도 '매파' 불가피

10일 금융투자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은 이번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의결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달 1~2일(현지 시각) 열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상단 금리 4.00%를 형성하자, 국내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거란 분석에서다.

미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의 현 3.00% 기준금리와 미국과의 차이는 1%포인트까지 나고 있다. 미국은 올해 내내 치솟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꺾고자 사상 초유로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고 최근 15년 사이 최고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미국 기준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이전 예상보다 최종 금리수준은 높아졌다"고 강조한 대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이달 FOMC에서 "통화정책이 제약적 구간으로 깊숙이 진입했고 이제 금리인상 속도보다는 최종 금리 수준과 지속 기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파월 의장을 포함한 FOMC 위원들은 현재 고공인상 중인 기준금리의 최고점을 4.75% 수준으로 전망했으나 파월 의장 언급에서 이 같은 전망치가 대폭 수정될 공산이 커졌다. 금투업계는 이미 미국 기준금리 최고점이 5%를 가뿐히 초과해 5.5%까지 내다보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글로벌금융 그룹 씨티가 미 연준의 최종 금리 전망치를 기존 5.0~5.25%에서 5.25~5.5%로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다음 달 빅스텝 단행에 이어 내년 2, 3, 5월 예정인 FOMC에서 각각 추가 빅스텝과 베이비스텝 등을 잇달아 실행할 거란 시나리오다.

한은은 미국 금리의 절대적 영향권에 놓인 국내 금융 경제 환경에서 아직 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아님을 직시하는 분위기다. 지금의 1%포인트 기준금리 격차는 가장 최근 양국 금리가 역전한 시기인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통틀어 최대로 벌어진 수치와 동일하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밟는다 해도 미 연준이 다음 달 예정된 FOMC에서 또다시 최소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양국 금리차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더 높은 역전 기간이 지속될수록 더 높은 금리 혜택을 보려는 국내 외국인 자본 유출 위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00년 5~10월 양국 기준금리 차이는 역대급인 1.50%포인트까지 났는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사상 최대 금리차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高) 시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22년여만에 한-미 금리차가 최대로 벌어질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韓 기준금리 정점 3.75% 예상…주가 영향은 부정적

미국과 마찬가지로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한은 역시 대대적인 금리 인상으로 맞서고 있지만 상황 개선은 녹록지 않은 상태다. 먼저 5%대 후반에 머물러 있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이 지목한 최대 위험 요소로 꼽힌다. 10월 기준 소비자물가 지표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전대미문의 연속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내밀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우상향, 즉 달러당 원화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악조건이 지속되면서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사정이 이렇자 미국을 따라 한은 역시 매파적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한다고 해도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에 맞춰 한은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게 금투업계 지배적 의견이다.

이런 움직임을 가정할 때 국내 기준금리 정점은 최소 3.50%, 대략 3.75% 수준을 형성한다는 관측이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인하로 틀게 되는, 이른바 '피벗'이 이뤄질 시점에 관해서도 업계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 피벗 시나리오는 좀 더 분명해졌다"며 "금융 시장에 균열이 보이기 전에는 피벗에 나서지 않겠지만 붕괴 전에 선제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시장 조정은 후반부로 진입했고 장기자금은 유입되기 시작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금처럼 증시가 치고받는 답답한 흐름을 종료하기 위해서는 연준 피벗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통위의 잇따른 금리 인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심각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더욱이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등 채권시장이 불안정한 것을 겨냥해 은행주(株) 등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정부 주도로 최근 대형 은행들이 95조원 유동성 공급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사명이지만 주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며 "신용리스크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조달 비용이 상당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주가에는 긍정적이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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