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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엔씨소프트 'BJ 프로모션' 논란 일파만파..."내 돈 내고 내가 맞기"

김종형 기자 2022-08-09 14:48:45

방송인에 대가 주고 홍보 요청...방송인은 다시 게임 내 과금

엔씨소프트 게임들, 상대경쟁 위주...시스템상 '불공평' 야기

프로모션은 업계 '관행'...해외 게임과 비교하기도

5일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앞에 사측을 규탄하는 시위 트럭이 정차돼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게임업계를 상대로 한 '트럭시위'가 지난해에 이어 본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엔씨소프트가 일부 인터넷 방송인 등에 광고를 명목으로 게임 내 유료재화를 지급해 운영했다는 이른바 '프로모션' 논란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프로모션 사태에 불만을 품은 엔씨소프트 게임 이용자들은 지난 6일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인 뒤 차후 행동 방향을 모색하고 있고 있다. 게임업계에 트럭시위가 벌어진 것은 지난해 초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계기로 연쇄적으로 벌어진 뒤 1년여 만이다.

 

이번 트럭시위는 지난달 말 한 인터넷 방송인의 폭로로 시작됐다. 그는 '리니지W 방송을 대가로 엔씨소프트로 프로모션을 받아왔는데, 리니지2M 방송을 해도 방송횟수로 인정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 인터넷 방송인에 대가 주고 홍보 요청…"방송인은 게임 내 과금 통해 광고비 되돌려줘"

 

트럭시위를 벌인 측 주장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게임업체들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인기 인터넷 방송인에 대가를 주고 홍보활동을 벌여왔다. 업체 측이 방송인에 게임 내에서 더 빨리·더 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재화를 주거나 광고비를 지급하는 등으로 이용자 유치를 벌여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유튜브에 올라온 리니지2M 내 한 커뮤니티 입장 영상 캡처.말[사진=유튜브 '추노TV' 영상 캡처.]

 

유튜브에서는 더 구체적인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말 올라온 리니지2M 내 한 커뮤니티 폭로 영상에서는 선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11월 리니지W를 출시하며 엄청난 수의 방송인들을 섭외해 광고를 기획하고 집행했다며 "게임사들 자신들의 돈으로 매출을 유지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엔씨소프트가 자신들의 광고비를 방송인에 지급하면 이를 받은 방송인이 홍보영상에서 지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를 통해 강해진 캐릭터를 일반 이용자들에 과시해 과금 욕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폭로 영상 게시자는 "나는 내 돈 써가며 스펙을 올리는데 누구는 홍보 대가로 게임사 돈 받고 그 돈으로 스펙업을 한다. 이것이 공정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해당 커뮤니티는 "업체로부터 대가와 성장 재화를 받은 방송인들은 일반 이용자를 농락, 기만하고 과금을 유도해 게임 속에 깊숙히 침투했다"며 "이용자들이 만들어가야 할 구도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결과적으로 사행성 게임을 만들었다"고도 강조했다.

 

◆ 프로모션 논란, 엔씨소프트에서 촉발된 이유…게임 시스템상 '불공평' 야기하기 때문

 

이번 논란이 엔씨소프트부터 불거진 이유도 있다. 엔씨소프트 게임 시스템은 이용자간 갈등과 경쟁을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용자 간 자유로운 전투가 가능해 성장 거점이나 이권을 독점할 수 있다. 업체 측도 대규모 전투나 커뮤니티 단위 공성전 등을 주력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W를 출시한 이후 내놓은 '디렉터스 프리뷰' 영상 중 일부.[사진=엔씨소프트]

 

이와 함께 게임 내에서는 캐릭터·등급·장비 등이 다양하게 세분화돼있고 고급 장비는 유료 재화를 소모해야하는 '뽑기' 과정을 거치도록 돼있기도 하다. 이용자간 갈등과 경쟁이 많은 상황에서 살아남아 이권을 누리려면 과금을 해야하고, 결국 많은 비용을 투입한 이용자가 유리한 위치를 가져가게 된다.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선 '페이투윈(Pay to Win·과금을 많이 할 수록 이긴다)', '리니지라이크(Lineage Like·리니지처럼 상대경쟁으로 인한 과금 유도가 심한 게임)' 이라는 신조어가 나타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가 이같은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 및 운영해 인기를 끈만큼 비판의 첫 대상이 됐을 수 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5일 프로모션 사태를 사과하는 영상. (좌측부터) 엔씨소프트 전형수 PD, 백승욱 본부장, 이학주 실장[사진=엔씨소프트 유튜브 캡처]

 

이용자간 경쟁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 시스템상 업체의 개입은 제한적이어야 불공정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지난달 논란 시작 시점에는 이용자 문의에 "방송인 프로모션을 일절 하고 있지 않다"고 답해오다가 지난 5일 방송을 통해 프로모션 진행 건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 '프로모션'은 이미 국내 게임업계 관행…'애정' 부르는 해외 게임과 비교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의 프로모션 논란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엔씨소프트뿐 아니라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매출 순위 상위에 포진한 국산 역할수행게임(RPG)들은 대부분 프로모션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반면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문제 이후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선 이용자간 성장 경쟁과 '뽑기'를 기반으로 하는 국산 게임에 대한 조롱·멸시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한국 게임이 한국 게임 했다", "하는 사람이 바보" 라는 등의 회의적인 의견이 다수 나온다.
 

이달 초 세빛섬에서 벌어진 원신 축제. 총 3만여명의 팬이 다녀간 것으로 호요버스 측은 추산했다.[사진=호요버스]

 

일각에서는 유저 간 성장 경쟁과 뽑기 등을 통해 과금을 유도하는 국내 게임 모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020년 출시된 호요버스의 '원신',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국내 운영을 시작한 사이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에도 뽑기 시스템이 있지만 애정과 소유욕을 자극하는 형태고, 리니지라이크라는 별칭을 가진 국산 게임들과 달리 결제를 하지 않으면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의 과금유도는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RPG 게임들은 이용자간 경쟁을 강조하며 외형만 조금씩 다르고 게임 플레이는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규제 이후 또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는만큼 이용자 소통 강화와 개선을 통해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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