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6일 현재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 사건을 검사 중으로, 당초 이달 27일 종료 예정이던 검사 기간을 다음 달까지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인원을 포함해 5~7명이던 전문 검사 인원을 8명까지 보강하며, 특히 데이터 추적·복구 부문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금감원은 추가 조사할 부분이 아직 남아있다는 입장으로, 중간 발표 없이 검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6년에 걸친 범행뿐만 아니라 횡령이 벌어지고 나서 4년이 흐르기까지, 총 10년 동안 묻혀 있던 사건이다 보니 내부문서 위조 수법 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27일 착수한 검사에서 금감원은 우리은행 본점 소속 차장급(40대) 한 직원이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했으나, 최근까지 검사를 이어오며 해당 직원이 친동생과 공모해 50억여원을 추가로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는 곧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이첩돼 관련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렇듯 횡령 금액은 현재까지 664억원가량으로 파악됐고, 이 돈은 우리은행이 과거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한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돌려줘야 했던 계약보증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횡령을 벌인 직원은 처음 회삿돈에 손을 댄 2012년과 이후 2015년에 각각 부동산 신탁회사에 맡기겠다며 본인 계좌로 돈을 인출했다.
또 2018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 회사에 돈을 보내는 것처럼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는 것이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에 더해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 공장에 대한 매각 계약금 약 70억원 중 50억원가량을 추가로 횡령한 정황도 잡아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이달 초 모든 은행을 상대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고 현재는 취합 자료를 분석 중이다. 더불어 금감원은 은행을 비롯해 금융투자업계, 증권사를 대상으로도 내부 통제 시스템 점검을 요구하는 주문을 전달해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 사건 여파가 크다 보니 은행권 전체가 당국의 사정권에 들어왔다"며 "이 은행뿐만 아니라 신한은행, 새마을금고, 아모레퍼시픽 등 금융사와 산업부문 대기업에서도 잇달아 횡령이 터지다 보니 분위기가 흉흉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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