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포스코이앤씨에 투자한 지 10년 만에 지분 가치가 1조원 넘게 증발했다. 건설 경기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건설면허 취소 검토 지시가 겹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8일 포스코이앤씨에 따르면 PIF는 2015년 1조2391억원을 투입해 지분 38%를 확보했다. 매입 단가는 주당 약 8만2000원이었다. 당시 회사는 사우디의 포스트 오일 전략과 맞닿은 상호이익 구상이라고 강조했고 S&P도 신용등급을 상향했다. PIF 측 인사 2명이 이사회 5석 중 2석을 맡고 있다.
현재 평가는 초라하다. K-OTC 기준 주가는 1만4550원 수준이다. PIF 보유 1588만6544주의 평가액은 약 2311억원으로 투자액 대비 81.3% 감소했다. 이달 6일 대통령의 “건설면허 취소·공공입찰 제한” 검토 발언 이후 하루에 8.7% 급락했다. 한때 3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은 6100억원대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청산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실적은 하향 곡선이다. 영업이익은 2021년 4409억원에서 2022년 3086억원, 2023년 2014억원, 지난해 618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670억원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플랜트·인프라 부문은 적자가 이어졌고 건축 부문 영업이익률은 2.13%에 머물렀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5년 4위에서 현재 7위로 내려섰다.
해외 확장 전략은 힘을 잃었다. 해외 수주금액 순위가 2015년 10위에서 올해 상반기 19위로 밀렸다. 2023년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에서도 성과가 없었고 같은 해 해외사업단을 폐지하는 등 관련 조직을 축소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해외사업 철수로 본다. 회사는 대신 국내 도시정비로 방향을 틀어 최근 2년 연속 업계 2위 수주 성적을 냈다.
불확실성이 커지며 매각설이 돌았다. 중흥건설그룹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정원주 부회장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수 가능성을 논하려면 2대 주주 PIF와의 조율이 전제다. 포스코이앤씨는 PIF와의 관계에 이상이 없고 장기 비전을 보고 투자했다는 입장이다.
IB 업계는 경영 책임을 지목한다. 지난 10년간 내부 배임·횡령 이슈와 잇단 해외사업 실패가 누적됐고 과도한 보수 전략이 위축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