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8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애초 예상 대비 부품 수급,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러 거시적인 이슈로 불확실성이 아주 높아졌다"며 "고객사와의 시황 전망에서도 시각차가 발생해 가격 협상 난도가 올라간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간 시장조사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은 연말께 D램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조기에 저물 것으로 전망했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과도한 우려라며 일축했었다. 모바일·서버 등 D램의 주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 이어 최근까지 이런 입장을 유지했지만, 이번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는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확대를 인정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6일 진행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D램은 전반적으로 견조한 수요 환경에도, PC 수요가 감소하고 일부 고객사들이 재고를 우선 소진하려는 계획에 따라 가격 협상이 장기화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D램 출하량은 애초 계획을 밑돌아 전 분기대비 한 자릿수 초반대의 하락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평균거래가(ASP)는 10% 가까이 늘었다. 시장점유율 하락을 일정 부분 감내하면서도 가격 협상에서는 우위를 점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메모리 업황의 불확실성은 이들 업체의 신규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부품 수급 등 다수 불확실성이 존재해 내년 메모리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힘들다"면서 "투자의 규모와 방향 등은 매우 신중한 검토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4분기 투자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삼성전자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올해 연간 시설 투자(Capex) 전망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조기 계획 수립에 나섰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시설 투자(Capex)와 관련해 고민이 많은데, 최근 장비 납품 소요 시간이 굉장히 길어지고 있어 경영계획을 예전보다 두 달 이상 앞당겨 내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설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매출의 30% 중반 수준 유지를 원칙으로 삼고 대응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업황 상승 잠재력은 상존하고 있다는 입장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수요는 견조했지만, 부품 부족으로 고객사의 세트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구조"라며 "부품 생산 총량이 아닌 공급망 관리에 따른 미스매치 문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단기간에 나타날 수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는 상황이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늘어 반사이익을 누린 이들 반도체 업체들은 백신 접종 확대 이후에도 수요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이 계속 보급되면서 '백 투 노멀'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지만, 팬데믹 이전과 완전히 같아질지는 의문"이라며" 지난 2년간 소비자들이 디지털 기반 뉴노멀 사회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경험했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디지털 사회로 진화하려는 흐름이 나타나 서버 중심 펀더먼털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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