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법정 최고 금리 인하(24%→20%) 조치의 부작용을 방지하는 취지로 '중금리 대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은행을 포함한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중금리 대출을 확대, 지난해 11조원 규모에서 올해 32조원까지 공급량을 늘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국은 우선 중금리 대출 인정 요건을 완화하고 금융사별 가중평균금리 요건을 없애는 동시에 금리상한까지 낮추도록 했다. 대신 중금리 대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금융사에는 규제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에서 중금리 대출 일부 실적을 제외하고 경영 실태 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유인책에도 고신용자 중심 대출이 이뤄지는 은행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기존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6~14% 금리 개인 신용 대출을 말하는데, 이를 은행권으로 유입해 공급량이 늘어나면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의 연체율이 높아져 결국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당국은 은행권에 부가 조건으로 연간 중금리 대출 공급 계획을 마련해 공개하고, 분기별로 공급 실적을 공시하도록 주문했다. 공급 계획 공개 여부는 은행의 자율에 맡긴다 해도, 당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행권은 반강제적으로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정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정권 말기 선심성 금융정책들이 남발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와 함께 부실 대출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국 차원의 보다 명확한 세부지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 해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코로나19 관련 부실 대출은 언제 터질지 모른채 상존해 있다"며 "여기에 중금리 대출까지 떠안으면 책임은 누가 지고, 이것도 모자라 실적까지 밝히라는 것은 몰아붙이기식 정책일 뿐 정권 말 선심성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당국발 중금리 대출 확대 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이 거절돼 불법 사채 시장으로 몰리는 서민들이 여전히 많은데, 획일적인 이자 규제 보다는 차주의 처한 상황과 성격에 맞는 대출 정책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및 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 결과, 대부업체에서 거절 당한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부터 자금을 신규 조달한 인원은 작년 한 해 12만명(2019년 13만명), 금액은 2조1000억원(2019년 2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수치상으로는 전년 보다 줄었지만 정부의 사상 최대 추경 편성과 확장적 재정정책을 감안하면 불법사금융 실제 이용자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불법사금융으로의 이동 규모를 단순히 예년 보다 줄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획일적 최고이자율 규제 보다 대출 기간, 상품 성격 등을 고려하고, 소액·단기 대출의 경우 미국의 '페이데이 론'처럼 규제금리 폭을 확대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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