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리콜 소송은 2015년 경 미국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작됐다. 차량에 장착된 세타2엔진이 문제의 핵심이었고, 당시 현대차는 미국 엔진 '생산라인의 결함'을 주장하며, 국내 판매 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국산 엔진 결함 조사 결과를 앞두고, 현대차·기아는 급히 세타2엔진 관련 리콜을 결정한다. 시민단체 YMCA가 이를 지적하며 형사소송이 시작됐고, 검찰은 관련 혐의가 인정된다며, 관련자 소환, 증거수집 등 엔진 결함 은폐 의혹 수사를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현대차·기아는 법안의 위헌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맞섰다. 자동차관리법에 명기된 '결함'의 불명확한 표현, 그리고 '결함을 인지한 대상과 시점'이 명확히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위헌을 주장했다.
YMCA는 형사법 위반 입건을 주장하고, 현대차는 법의 잘못을 주장한다. 눈 여겨 볼 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공판 당시 현대차는 "위헌제정심판청구의 결과를 기다린후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위헌 제청과 형사재판은 함께 진행하는게 맞다"라며 위헌 소송과 형사재판의 선을 명확히 그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변민선 부장판사)이 현대·기아차 법인과 관계자들의 신청을 인용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된다. 위헌제청 신청을 인용했다는 것 자체가 법원 역시 해당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의심한다는 반증이 된다.
핵심이 되는 것은 자동차회사의 리콜 의무를 규정한 자동차관리법 31조(제작 결함의 시정 등)1항 본문과 같은 법의 벌칙을 담은 78조1호다. 결함을 은폐·축소하거나 시정하지 않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에 위헌법률 심판에 따라 효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본 소송인 현대·기아차에 리콜 관련 형사재판은 중단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명기된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 에서는 결함의 범위나 성격이 정의 되지 않았고, '결함 사실을 알게 된 날' 부문에는 결함을 인지한 주체가 서비스센터 직원인지, 품질 관리자인지, 최고 경영자인지, 혹은 차량을 구매한 대상인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이를 보는 소비자들의 ‘아쉬움’은 현대차의 ‘아쉬움’과는 별개다.
하나는 현대차가 미국과 한국에서 보이는 너무나 다른 리콜 행보다. 미국에서는 2015년 9월 세타 2엔진 장착 차량 47만대의 리콜을 결정했고, 2017년에도 119만대를 추가 리콜했지만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리콜은 미국 결정 뒤 2년여가 지난 시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검찰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면서도 정몽구 명예회장의 건강을 빌미로 조사도 하지 않고 기소중지했다는 점이다. 같은 해 5월 공정위 ‘재벌 총수 지정’과 관련한 사안에서는 ‘정상적 경영’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그룹을 경영할 판단력과 건강은 있지만 검찰 조사를 받을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아쉬움은 리콜을 둘러싼 현대차의 이중적인 태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세 번에 걸쳐 결정된 세타2 엔진 리콜 비용은 약 5조원이고, 위헌 결정과는 별개로 리콜은 에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위헌 소송이 리콜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결정이 아니란 것이다.
다만 위헌 논란으로 진행이 중단된 YMCA 고소 형사사건(2019고단4644) 피고인 명단 중 '정의선' '하언태'가 눈에 띈다. 소송 진행중이던 2019년~2021년 사이 정의선 부회장은 회장, 하언태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입지를 키웠다. 위헌 판결이 난다면 이들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억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위헌소송의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리콜은 위헌 결정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사안"이라며 "법안의 위헌성을 따지는것일 뿐 내부 인력 지키기, 혹은 오너 일가 보호 조치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