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도급 구조가 복잡한 쿠팡의 노동환경이 법적 책임 범주에 어떻게 포섭될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 위반이 입증될 수 있을지가 향후 수사와 재판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경기 용인시 쿠팡 신선물류센터에서 한 노동자가 숨졌다. 불과 5개월 전인 3월에도 안성 물류센터에서 30대 근로자가 근무 중 사망했다.
쿠팡이 급성장하던 2020년 이후 지금까지 물류센터에서만 9명이 숨졌고, 택배 배송기사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3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복되는 사고에도 쿠팡의 대응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2020년 야간노동 후 급사한 20대 남성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과로 산재 인정을 받았고, 2022년 동탄센터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역시 응급대응 지연 논란으로 공분을 샀다.
지난해에는 배송기사의 과로사가 문제가되자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 개선 요구 등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배달 플랫폼 노동자 사망도 이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라이더유니온지부에 따르면 쿠팡이츠·배민 등에서 올해에만 산재 사망자가 16명 발생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도 각각 한명씩 사망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사망한 쿠팡이츠 배달 노동자는 ‘골드 플러스’ 등급을 얻기 위해 하루 14시간 일했다”며 “플랫폼 기업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배달료를 주고 노동자가 스스로 착취하며 일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교통사고로 처리된 사건을 고려하면 더 많은 사망자가 있었을 것”이라며 “산재 이유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배달 플랫폼 업종을 산재 감축 최우선 업종으로 지정하고 배달 노동자 사망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기업이 기본 운임을 인상하고 과도한 프로모션을 자제할 수 있도록 안전 운임제 도입과 배달 노동 전 유상보험·안전교육 등 라이더자격제, 대행사 등록제 등을 대책으로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시행돼 2024년부터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했다. 법은 원청뿐 아니라 하청·특수고용 형태의 노동자까지 종사자 범주에 포함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한다.
다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 불이행’과 ‘사망 사고 간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할지가 최대 쟁점이다. 최근 법원 판례도 유죄와 무죄가 혼재하면서 기업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쿠팡이츠 라이더처럼 직접 고용이 아닌 위탁 계약·특수형태근로 종사자는 법 적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중처법은 원칙적으로 ‘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 또는 종사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플랫폼 본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노동자들이 중처법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정부 움직임도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경영책임자의 구체적 의무를 강조하는 Q&A를 배포했고, 사망사고 과징금 도입 등 법 개정도 검토 중이다. 일부 법원에서는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제청하는 등 법적 논란도 진행 중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중처법 적용 여부를 검토한 사례는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법이 적용돼 처벌이 내려진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정부가 반복되는 산재 기업에 압박 강도를 높이는 만큼 쿠팡 역시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포스코이앤씨 등을 압박하며 “중대재해 기업은 공공 입찰에서 제한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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