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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과도한 현금’이 문제?..."주주이익 훼손"

이성규 기자 2021-01-29 08:19:00

2018년 이후 자산활용 지표 대부분 하락

매출액 정체가 가장 큰 원인...잉여재원 적극 활용 암시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데일리동방] 삼성전자가 넘쳐나는 현금성자산에 대한 부담을 언급했다. ESG경영 시대가 도래하면서 투자자 힘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자산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배당 및 투자확대에 적극적인 움직임이 기대된다.

지난 28일 삼성전자는 작년 매출액 236조8100억원, 영업이익 35조99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년도대비 각각 2.78%, 29.6%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으로 산업 전반이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지만 2·3분기에 집중된 수요 폭발(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영향) 등 기저효과를 톡톡히 봤다.

최윤호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보유 재원을 저극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M&A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처음이다. 최근 주요 외신들이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최 사장은 “지난 주주환원정책 기간(2018~2020년)에 M&A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며 “보유현금이 증가했고, 현금 증가는 회사 경영에서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통상 기업 내 현금이 증가하는 것을 두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위기발발 혹은 성장을 위한 기회가 포착됐을 때를 대비한 전략 중 하나로 평가한다. 그러나 과도한 현금성 자산 보유는 자산활용도가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활용성은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최 사장의 발언은 이러한 문제를 일부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최 사장은 “ESG와 준법 등 분야에서도 성과를 이뤄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서도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은 ‘착한 기업’을 표방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전대비 더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재무적 요인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인까지 모니터링하면서 다양한 사업 위험과 기회를 판단하게 되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다.

즉 ESG를 단순히 표현하면 기업 가치와 연관성이 높고 철저히 투자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종적으로는 단연 실적 성장이 뒷받침돼야 시장으로부터 우호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M&A업계에서도 M&A를 통해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ESG 활용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ESG 시대, 투자자 우위 시장...기업가치 제고는 주주와 신뢰 연결고리

여기서 최 사장의 발언에 대한 의문이 대부분 해소된다. 과도한 현금성 자산 보유는 기업가치 제고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기업은 잉여현금흐름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거나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면 배당 등으로 투자자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배당규모 확대시에도 전체 자산규모가 줄면서 자산활용성 지표가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ESG제도 도입으로 투자자들의 힘이 강해지면서 이러한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ROIC(투하자본수익률, 세후영업이익/영업투하자본)은 지난 2018년까지 30%대를 기록했지만 2019년에는 13.2%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5%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기간 동안 영업용자산은 지속 증가했다. 그러나 세후영업이익(영업이익-법인세)이 늘어나는 영업자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관련 지표 수준이 저하됐다.

ROIC를 구성하는 영업투하자본에는 현금성자산이 일부만 반영된다. 그 규모는 매출액의 2~3% 수준에 불과해 현금성자산이 많을수록 전체 자산 대비 영업용자산 비중이 떨어진다. 단연 덩치 대비 수익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도 2018년 대비 절반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근본적 문제는 마진율 등 수익성이 아닌 외형을 담당하는 매출액 정체다. 2018년을 제외한 삼성전자 매출액은 230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2019년 이후 영업이익률 감소는 반도체가 주력인 사업 특성상 업황사이클에 따른 가격 영향이 크다. 이는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업황사이클 영향을 적게 받는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잉여현금을 영업용자산을 늘리는데 투입한다고 해서 당장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과도한 현금성자산 보유는 기업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SG경영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는 투자 혹은 배당을 이전보다 더 확대해 주주 신뢰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 셈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존 배당정책을 유지하고 추가 재원이 발생하면 배당규모를 확대한다고 밝혔다”며 “M&A에 적극 나설 것을 암시하는 등 이번 컨퍼런스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물론 저평가에서도 벗어나면서 높아진 투자자 기대치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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