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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확실한 승기 vs 합리적 합의…장기화 택한 LG화학·SK이노 소송전

김성훈 기자 2020-12-10 16:52:02

ITC 이어 PTAB 특허 심판 치킨 게임

유리한 상황 만들기 위해 체력전 돌입

[아주경제 DB]


[데일리동방]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세 번째 연기하면서 소송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하지만 최근 LG화학이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에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했고, SK이노베이션 측도 이에 맞서 심판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소송의 장기화를 일부러 감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미국 ITC는 LG화학·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년 2월 10일로 연기했다.

ITC가 판결을 미룬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며, 이번 연기로 최종 판결은 넉 달 이상 늦어지게 됐다.

소송에 따른 비용과 인력 등을 생각하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ITC의 이 같은 판결 연기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 ITC는 심지어 연기 이유에 대해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사는 한 번도 ITC의 판결 연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낸 적이 없다.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연기를 두고 “소송이 장기화해 유감”이라고 전했지만 이는 ITC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아니다.

물론 ITC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 소송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양측 모두 불만을 숨기고 있는 것일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소송 양상을 보면 오히려 양측 모두 이미 소송 장기화를 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LG화학은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모듈과 관련해 받은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심판(IPR) 1건을 청구했다. SK이노베이션도 이에 질세라 지난 5~7월 잇따라 PTAB에 LG화학의 배터리 분리막·양극재 관련 특허 5건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심판 8건을 제기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ITC의 예비 승소 판결을 받은 LG화학 입장에서는 굳이 소송을 길고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심판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다. ITC로부터 예비 패소 판결을 받았고 지난 8월에는 우리나라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건도 기각당해 사실상 LG화학의 특허 무효를 인정받을 확률이 낮지만 치킨게임을 하듯 특허 심판을 청구했다. 실제로 특허심판원은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LG화학의 특허 무효 심판 8건 가운데 6건에 대해 조사개시를 거절했다.

양사가 소송이 장기화할 것을 알면서도 이처럼 판을 키우는 것은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그간 소송에 사용된 비용이 얼마가 됐든 그보다 훨씬 큰 금액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자를 제거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에 확실하게 승소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미 패소할 경우를 상정하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등에 로비 활동을 벌임과 동시에 소송 장기화를 통해 시간을 벌어 LG화학과 합리적인 수준에서 합의를 보는 것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체력전’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쉬울 것 없는 LG화학과 아쉬워서는 안 되는 SK이노베이션이 각자에게 불리한 수를 줄이고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장기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들어간 소송 비용도 이미 수천억원이기 때문에 점점 치열해지는 배터리 시장에서의 K-배터리 경쟁력을 생각해서라도 양사가 빠른 합의를 이루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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