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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말라가는 SK, 주가 떠받칠 재료도 사라지나

김병수 데일리동방 국장 2020-10-14 15:03:25

주력 반도체·정유·화학 이익창출력 저하, 등급전망 '부정적' 하향 경고

나신평 "현 주주환원 정책이면 재무 부담 확대 제어 힘들 것"

재무 정책 탄력 주문…투자 속도조정·배당 억제 사실상 권고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10월 18일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열린 ‘2019 CEO 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제공]

[데일리동방] 재계 서열 3위 SK그룹의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제동이 걸릴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 방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주주환원 정책 포기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주요 계열사의 주가 상승을 떠받친 재료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현재의 SK그룹 사정을 한마디로 '주력 사업 난항 가운데 재무 부담 가중'으로 정리했다. 코로나 19 사태에도 전체적으론 매우 우수한 사업기반을 구축하고 있으나, 주력 양대 사업인 반도체와 정유·화학 부문의 이익창출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주목했다.

실제로 양대 사업 부문은 2018년 4분기 이후 영업환경 저하 등이 겹치며 동시에 이익창출력이 약해졌다. 반도체 부문은 영업 수익성이 소폭 반등했으나,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정유·화학 부문은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중장기적으로 그룹 전체의 이익 창출 규모는 여전히 우수하다. 그러나 나신평이 주목한 것은 '적극적인 투자 기조와 주주환원 정책 관련 소요자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SK그룹은 2018년에 사상 최대치의 영업현금(주요 9개사 합산 기준)을 창출했다. 그러나 동시에 자본적 지출(CAPEX·Capital expenditures:미래의 이윤 창출 및 가치 취득을 위해 지출된 투자 과정의 비용) 23조원, 배당자금 및 자기주식 취득 5조5000억원,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 인수 3조9000억원 등으로 부족 자금도 상당했다.

2019년 이후엔 주력 사업의 실적 둔화로 이익창출력과 영업 현금흐름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그런데도 CAPEX 소요는 2018년과 비슷하게 집행하고 있다. 배당 소요는 2019년 3조6000억원, 2020년 6월 말 38조4000억원으로 더 많이 증가했다. 결국, 순차입금이 2017년 말 9조9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현재 38조4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2019년 리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 잔액 5조5000억원을 빼더라도 3배 넘게 증가했다.

나신평 이인영 수석연구원은 14일 "2018년부터의 순차입금 증가는 대부분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 정책 관련 자금 소요에 따른 부족 자금 발행이 원인"이라며 "재무 정책 조정을 통한 재무 부담 관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은 올해 1분기 대규모 영업적자 이후 당분간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점과 상당 수준의 재무 부담이 이어질 것을 고려해 부정적(Negative) 등급전망을 받았다. 부정적 전망은 보통 1~2년 이내에 등급 하향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나신평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올해는 상당 규모의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20121년 이후 중기적으로 에비타(EBITDA:세전·이자 지급 전 이익) 3조원 수준, 엽업현금창출도 연평균 1조5000억~2조원을 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배터리와 관련 소재 부문 대규모 투자 진행 등으로 자금이 부족해져 2021년 이후 순차입금/EBITDA는 4배 내외에 머물며,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 높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LG화학과의 배터리 법적 분쟁 진행 상황도 주요 변수다.

자회사인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에 대해선 더 가혹한 전망을 내놨다. 나신평은 이들 회사의 최근 수년간 재무 부담 상태를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차입금 커버리지 지표가 현재의 등급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도 대동소이하다. 2016~2018년간 그룹의 이익창출력을 견인했으나, 2018년 EBITDA 27조30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2019년엔 11조3000억원으로 많이 감소했다. 나신평은 디램(DRAM)과 낸드(NAND) 수익성 개선 여부, CAPEX 추이와 이를 상회하는 안정적인 EBITDA 창출 여부, 투자 부담에 따른 재무 안정성 변화 수준을 모니터링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분석을 전제로 나신평은 "최근과 유사한 대규모 투자 및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한다면 재무 부담 확대를 제어하기 힘들 것"이라며 "주요 사업 부문별 이익창출력 변동과 함께 투자·주주환원과 관련한 재무 정책의 조정 수준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사시 최근 수년간 활발했던 인수합병(M&A) 및 해외 신흥시장 투자 등에 대한 선별적 접근, 사업 부문별 업황 변동 등을 고려한 투자 규모와 시기 조정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투자 감축 여력은 존재한다"며 "영업 실적과 재무 부담 수준을 고려한 탄력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이뤄지면 재무 부담 관리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런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분위기에 따라 SK그룹이 곧 이어질 3분기 실적 발표 때 향후 투자 및 배당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SK그룹의 M&A와 투자 확대, 적극적인 배당 정책이 주식시장에서 호응을 받으며 주가 상승의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SK그룹의 재무 전략도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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