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 도입을 위해 ‘징수 체계 개편’에 착수한다. 가입 대상을 임금 근로자에서 자영업자·특수고용종사자(특고)·프리랜서로 확대하기 위해 고용보험료를 기존의 급여가 아닌 소득 기준으로 징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정책 혼선과 대상 간 형평성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용노동 대책회의에 참석해 “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분들의 가입을 근원적으로 촉진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소득 파악체계 구축, 적용·징수체계 개편, 국세청·근로복지공단·건강보험공단 등 유관기관 간 정보 연계 등의 과제가 선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범정부 추진체계 마련 등의 준비 작업에 착수하고 자영업자 등의 추가 적용 시기 및 방안은 단계적으로 마련·추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12일 국무회의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단계적으로 추진,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특수고용 형태 노동자와 저임금, 비정규직 등 고용보험 가입자를 확대하여 고용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지금 이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하루 아침에 이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크게 확대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소득 파악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고, 사회적 합의와 재원 대책도 함께 준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밀하고 섬세해야 한다"며 "좋은 뜻의 제도도 정교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중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최대한 빠르게 줄여가면서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마련하고 섬세하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직장가입자는 급여를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이자·부동산임대·사업·근로 등 포괄적 소득을 기준으로 고용보험료를 산출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1376만명으로, 전체 취업자(2661만명)의 51.7%에 그친다. 특히 지난해 정규직 가입률은 87.2%이지만, 비정규직은 44.9%에 그친다. 코로나19로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등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지만 대부분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료는 노동자와 사용자 각각 0.8%씩 부담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 ‘자영업자 고용보험제도’가 존재하지만 의무가 아니라 선택 가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올해 3월 기준)는 548만3000명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임의 가입이 가능한 1인 자영업자 중 실제 고용보험에 가입한 인원은 1만 5549명이다. 가입 가능한 자영업자(405만명)의 0.38%에 그친다. 아울러 지난해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납입액은 총 131억원으로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자영업자 외에도 임금근로자들조차 수입 감소를 우려해 고용보험에 가입하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특수고용노동자를 고용보험에 편입시키는 것을 놓고도 미래통합당과 기업에서는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통합당은 약 50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경우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또 해고 등 비자발적 사직의 경우에만 실업급여를 받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특고직 종사자는 자발적인 이직의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br style="color: rgb(64, 64, 64); font-family: " noto="" sans="" cjk="" kr",="" "noto="" applesdgothicneo,="" "malgun="" gothic",="" "맑은="" 고딕",="" sans-serif;="" font-size:="" 20px;"="">
이에 따라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제외하고 예술인을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추가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민주당은 예술인 외에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퀵서비스 등 배달기사·골프장 캐디·방문판매원·대리운전사·목욕관리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험 대상에 포함하자고 주장했으나 통합당은 예술인에 대해서만 고용보험 확대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민주노총은 "5만여명의 예술인만 포함되고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비정규직 등 270만 특고 노동자는 제외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환노위 미래통합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특수고용노동자 가입은) 공청회 필요성 등 쟁점이 남아있어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중 관련 법 개정을 마무리해 특고·플랫폼노동자와 예술인들이 내년부터는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고용보험 가입을 선택이 아닌 의무로 강제할 수 있는지, 의무가입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보험료 징수체계나 요율, 실업급여 액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 실현을 위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여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관련 입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