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사의 지난달 국내외 총판매량은 64만7412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어든 규모로 세계 금융위기를 겪던 지난 2009년 1월(-26.7%) 이후 가장 감소폭이 컸다.
특히 이들 5개사의 해외 판매량은 총 49만63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8% 줄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해외 생산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다. 국내 완성차업체뿐만 아니라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드 등 해외 완성차업체도 마찬가지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어 후방산업인 배터리업계도 긴장감이 팽배하다. 완성차 생산이 둔화되는 사이 배터리 공급만 지속된다면 공급과잉이 생기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납품은 기존 수주 물량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지만 않는다면 큰 차질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장기화될 경우엔 완성차업계와 배터리업계 모두 생산 물량을 재검토하는 등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은 자국 전기차산업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신에너지 자동차 구매 보조금 지급을 오는 2022년 말까지 2년 연장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중국 정부 보조금 리스트에 올라가는 등 중국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던 배터리업계는 다시 중국의 보호장벽을 마주하게 됐다.
이 같은 '가시밭길' 속에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업계 전망을 바라보는 의견도 분분하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인 완성차업체 판매감소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둔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국내 배터리업체 매출은 기존 계획치보다 10%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3~4월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할 전망이지만 전기차 판매량과 배터리 출하량 감소폭은 내연기관차보다 완만할 것"이라며 "5~6월 중 전기차 판매량 회복세가 나타난다면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유럽 공장 가동률을 낮추면서 생산량을 크게 줄일 요인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미국 미시간주 정부가 '자택대기' 조치를 내려 LG화학 배터리셀 공장과 삼성SDI 배터리팩 공장은 내달 13일까지 가동을 중단하게 됐다. 유럽에 있는 배터리 공장은 정상 가동 중이다. 다만 유럽 내 '국경 이동 제한'으로 인해 신규 인력투입이 어려워지면서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룸에 짓는 전기차 배터리 2공장 공사를 위해 대한항공 전세기를 띄워 건설 필수인력 300명을 수송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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