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금리를 인하한 이후 동결을 유지해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월 금리인하에 선을 그었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를 간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23일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경보 수준을 기존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현재 경제상황은 관광뿐 아니라 내수 소비, 제조업 공급망 훼손 등으로 이어지면서 수출 감소, 투자 부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정책 총동원령을 내린 상황에서 이주열 총재는 G20 회의에서 조기 귀국해 지난 24일 긴급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최근 국내 크레딧시장은 우량채 위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에 힘입어 채권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비우량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모습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양극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주 회사채 중장기물이 약세를 보였다. 채권 강세로 금리 메리트가 낮아진 가운데 기업 실적 부진 등은 신용도를 끌어내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보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경색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대로템, LG하우시스, 롯데렌탈 등이 상대적으로 거래가 약한 모습을 보였다.
발행시장에서는 LG전자, 현대글로비스, 현대오일뱅크 등 우량채를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를 보였다. 이중 LG전자와 현대글로비스는 전구간 민평금리 대비 언더로 발행되면서 금리 부담을 낮췄다.
비우량채가 무조건 부진한 것은 아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BBB+)는 300억원 발행에 920억원이 몰렸다. 증액발행은 물론 희망금리 밴드 하단(-100bp)을 하회해 금리가 결정됐다. 연초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자금이 쏠린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채권시장 전반 회사채 선호도가 여타 채권 대비 낮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여신전문채권 강세는 발행 규모 축소에 기인한다. 금리가 낮아졌음에도 이러한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리스크 관리에 있다. 그만큼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대변한다.
이번주(24~28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서는 한신공영(BBB0), SK매직(A0) 등 비우량채 수요예측에 시선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크레딧 투자 심리 전반이 강해지는 가운데 한은 기준금리 결정과 맞물리면서 강세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금리 레벨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 메리트가 높은 채권을 중심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등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가 높아지는 것도 있지만 향후 금리 레벨이 올라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깔려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정적’ 꼬리표가 달려 있는 회사채는 수요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같은 등급 내에서도 수요가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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