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은 18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취득을 위해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합병은 아니다. 향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를 확보해 지분비율 51.17%를 갖게 된다. 매각 예정액은 약 695억원이다. 실사 기간은 이달 26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다. 주식매매계약은 이달 31일 체결 예정이다.
이날 발표로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고배를 마신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LCC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우선협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진행중이다.
채형석 부회장은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하고 2006년 첫 취항을 했다. 초기 투자비 영향으로 적자를 이어가다 201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운행횟수는 2016년 3분기 1만3984편에서 올해 3분기 2만1818편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항공기는 2014년 17대에서 올해 3분기 46대 규모로 외형이 커졌다. 제주항공은 지난 10월 기준으로 국내선 14.8%, 국제선 9.4%를 차지해 LCC 1위 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일본여행이 줄어든 탓에 여객매출 성장이 부진하다. 지난해 3분기 771억원이던 일본노선 매출은 올해 3분기 585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스타항공이 경영 악화로 애경의 손을 잡은 점을 보면 당장 두 날개가 무겁더라도 장기적인 시너지가 예상된다.
채 부회장은 그룹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주항공을 만들었다. 이후 지속적인 투자로 회사를 LCC업계 1위에 올렸듯 이번 경영권 인수도 항공 제국 건설을 위한 큰 그림의 일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 사업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차입금 문제로 2009년 면세점과 제주항공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했지만 제주항공을 선택했다. 신규 사업은 양면을 갖고 있지만 부정적인 면만 고려하면 시작할 수 없다는 경영 철학 그는 생활용품과 화학이 주력이던 회사를 백화점과 호텔 사업 등으로 확장해왔다.
앞으로 채 부회장은 10억원대 영업손실로 돌아선 AK홀딩스 수익 개선과 적자 늪이 예상되는 일본 중심 LCC 사업의 대대적 개편이 과제다. 인내하는 투자와 전문경영인을 통해 LCC 1위 회사를 키운 지혜가 재차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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