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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CEO NOW]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 '포화시장'에서 '조용한 변화'

이혜지 기자 2019-08-09 06:00:00

"건강보험 판매, 디지털 혁신으로 수익성 추구 vs 자산운용 견조"

"새 회계제도 대비 자본확충 견조" vs "보험금 소송 골머리"

뼛속까지 삼성맨...삼성생명·화재·카드·SDI 임원 두루, 경영철학 기조는 '혁신'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사진=삼성생명]

[데일리동방]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은 현재 업황 부진을 타개할 방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 사장은 현재 포화된 생명보험시장에서 조용한 행보를 보이며 신규 건강보험 출시, 디지털 혁신, 삼성정자 지분 및 부동산 매각 차익으로 경영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보험업계가 우려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 킥스)도 충분한 대비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보험료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기는 어려운 시장 포화상태인데다 유사상품이 계속 출시돼 획기적 상품 판매에 제약이 있어 실적을 늘릴 묘수를 찾기 쉽지 않다. 현성철 사장이 올 초부터 생보시장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변화, 혁신, 투자 등을 지속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또한 삼성생명은 수년간 소비자들과 약관과 관련해 보험금 지급소송 이슈로 다투고 있다.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현 대표를 골치 아프게 하는 요인이다.

◇ 뼛속까지 '삼성맨'...견조한 성장 이끌어

현성철 대표는 1960년생으로 대구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그룹에서 금융, IT사를 두루 경험한 냉철하면서 따뜻한 리더라는 평판이다. 삼성생명 기업구조조정본부 상무, 삼성SDI 원가혁신팀 상무, 구매팀 전무, 삼성카드 및 삼성화재 부사장을 거쳐 삼성생명 대표에 올랐다. 현 대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표이사 당시인 2006년에는 삼성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 상무로도 일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현성철 대표가 삼성생명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2018년 영업수익은 27조8492억원으로 2017년 27조743억원보다 7749억원 늘었다. 영업비용은 2631억원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1조9894억원(2017년 9514억원)으로 증가했다. 총 자산은 2017년 282조원에서 올 1분기 296조원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신계약 마진도 2017년 40.9%에서 올해 1분기 47%로 개선됐다. 새회계기준 자본확충도 잘 돼 있는 편이다. 지급여력비율(RBC)이 2017년 318%에서 지난해 314%로 소폭 주춤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338% 나아졌다.

◇ 건강보험 '주력', 포화시장 '매각차익'으로 보전

삼성생명은 현재 건강보험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는 치아보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이후 저해지종신, 미니암보험 등 연이어 신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업계 최초 유병자 실손을 출시한 이후 올해 1월 종합간병보험, 3월 간편가입 종합보장보험, 4월 뉴 올인원 암보험을 선보였다.

하지만 포화된 업황 자체가 회사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력상품이 없어진 생명보험산업에서 유일하게 건강보험으로 매출을 방어하고 있지만 금리하락, 제도 변화 등 업황이 성장 자체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품을 타 생보사에서 금방 따라해 획기적인 상품 판매에 제약이 있다. 또 좋은 상품을 팔면 그만큼 손해율로 이어져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1위 프리미엄, 대규모 투자자산 매각 이익 등으로 어려운 환경을 헤쳐가고 있지만 상품 지속 출시에도 불구, 마케팅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원 연구위원은 "삼성생명은 변동이 크지 않은 회사"라며 "현재는 삼성전자 지분때문에 수익이 왔다갔다 해 정상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710억원(-93%), 33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지분 약 1조원을 매각한 기저효과다. 올해 영업손실 782억원은 여의도 건물 매각(990억원)으로 하반기 이익으로 반영된다.

​◇ 비용절감 '디지털 혁신'...보험금 소송은 '아킬레스 건'

현 사장은 삼성생명 취임 이후 성장 정체를 타개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를 도입해 50개 업무에 적용, 6개월 만에 연 2만4000시간을 절약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대신 창의,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보험계약조회, 계약대출이 가능한 인공지능 챗봇 '따봇'도 론칭했다.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추후 경쟁력은 재무 안정성이 좌우한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생명은 다른 상위보험사에 비해 대비를 잘 한 편이다. RBC 비율이 388%로 30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자산운용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삼성생명은 계열사 투자가 많아 운용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다. 지난해부터 ROA이익률 0.8%를 유지하고 있다.

현 사장에게 가장 골치거리는 즉시연금 소송 등 끊이지 않는 보험금 지급으로 삼성생명 가치를 깎고 있다는 점이다. 비용 절감과 소비자 가치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규정에 따라 지급된 연금을 더 내줄 수는 없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충돌이 발생하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현 사장의 당면과제 중 하나이다.

올 들어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종합검사를 부활시켰다. 삼성생명도 그 대상이다. 종합검사 대상은 경영 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이번 검사는 소비자 보호, 경영 건전성, 지배구조, 내부통제 등 큰 카테고리로 경영 전반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신년사에 담긴 '경영철학'...혁신·균형 경영

올해 현성철 사장이 한 일들은 그의 경영철학과 맥이 닿아 있으며, 이는 신년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현 사장은 생보 포화시장 상황을 인식하고 '혁신'과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2019년 보험산업은 신성장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도 "강자에게는 재도약의 기회가 있고, 변화를 두려워하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기에 지속적인 혁신과 신사업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객과 시장 중심의 경영기조 △채널별 차별화 전략과 균형성장을 통한 채널경쟁력 강화 △환경변화를 이겨낼 견실한 손익구조 구축 △신사업,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성장기반 구축 △조직문화의 혁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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