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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고속도로' 뚫렸다…韓-EU, 상호 동등성 인정으로 '데이터 동맹' 완성

선재관 기자 2025-09-16 17:41:04
韓-EU, 개인정보 이전 '프리패스' 시대 열렸다 韓기업, 유럽에 개인정보 보낼 때 '동의' 안 받아도 된다
고학수(오른쪽)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과 마이클 맥그라스 유럽연합(EU) 민주주의·사법·법치 및 소비자 보호 담당 집행위원이 1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에서 한국·EU 개인정보 보호 상호 동등성 인정 발표문을 공개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코노믹데일리]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개인정보 이전의 빗장이 완전히 풀렸다. 우리 정부가 EU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한국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인정하는 ‘동등성 인정’을 부여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EU 역내로 개인정보를 이전할 때 별도의 동의 절차나 추가적인 요건 없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옮길 수 있게 됐다. 이는 양 지역 간 디지털 무역을 활성화하고 국내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제도적 기반이 될 전망이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16일,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에서 마이클 맥그라스 EU 집행위원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공동 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2024년 9월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동등성 인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 사례다. 동등성 인정은 상대 국가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자국과 동등하다고 판단될 경우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제도다.

앞서 EU는 2022년 12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꼽히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의 ‘적정성 결정’을 통해 한국으로의 개인정보 이전을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는 이에 상응하는 제도가 없어 EU에서 한국으로의 ‘일방통행’만 가능했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EU에 대해 동등성을 인정하면서 양측 간 개인정보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쌍방향 데이터 고속도로’가 마침내 완성된 것이다.

이번 동등성 인정으로 국내 기업들은 EU 27개 회원국과 유럽경제지역(EEA) 3개국 등 총 30개국으로 개인정보를 이전할 때 기존에 필요했던 정보주체의 개별 동의, 표준계약 체결 등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었던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개인정보 제공, 위탁 처리, EU 지역 클라우드 서버에 데이터 보관 등 다양한 형태의 이전에 모두 해당된다. 다만 법령에 따라 민감도가 높은 주민등록번호와 개인신용정보는 이번 인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조치로 양 지역 간 무역 규모가 최대 329억 달러(약 45조원) 증가하고 중장기적으로 국내 생산 및 후생 효과도 증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정보위는 이번 결정을 위해 법률·산업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와 11차례의 한-EU 실무회의를 거쳐 EU의 GDPR이 독립적 감독기관 운영과 정보주체 권리보장 체계 등 우리 법과 동등한 수준의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EU에서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해당 회원국에 직접 조사를 요청할 수 있으며 필요시 우리 개인정보위가 EU 측에 도움을 요청해 대신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 체계도 마련했다.

이번 동등성 인정의 효력은 발표일인 16일부터 발생하며 3년 뒤인 2028년 9월에 재검토가 시작된다. 만약 보호 수준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인정이 변경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고학수 위원장은 “한국과 EU가 민간과 공공 전 영역에서 안전하고 자유로운 데이터 이전 체계를 마련한 만큼 앞으로 데이터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