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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구용 원자로 기술, 원자력 종주국에 역수출 쾌거

선재관 기자 2025-04-17 08:35:14
원자력 종주국에 66년 만의 기술 역수출…미래 성장 동력 기대 미주리대 차세대 연구로 초기 설계 계약…핵연료 기술 경쟁력 입증
대전에 설치돼 있는 30MW급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1995년 한국이 자력 건조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코노믹데일리] 한국의 연구용 원자로 기술이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에 처음으로 수출되는 결실을 보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MPR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학교(이하 미주리대)와 '차세대 연구로 사업'의 초기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공식 발표했다. 

이는 1959년 미국으로부터 연구로를 도입하며 원자력 연구의 첫발을 뗀 한국이 66년 만에 미국의 연구로 설계를 맡게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번 계약은 미주리대가 국제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20메가와트(MW)급 고성능 신규 연구로 건설을 위한 설계 사업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연구용 원자로는 전력 생산 목적의 상업용 원자로와 달리 주로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이나 중성자를 이용한 기초과학 연구 등에 활용된다. 

한국 컨소시엄은 지난해 7월 최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협상을 거쳐 이번 초기 설계 계약을 확정 지었다. 초기 설계 단계에서는 건설 부지 조건 분석, 환경 영향 평가 등 본 설계에 앞서 필요한 사전 정보를 면밀히 검토하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업 수주의 주요 요인으로 한국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확보한 세계적 수준의 연구로 기술력과 풍부한 운영 경험을 꼽았다. 특히 원자력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고성능 연구로 핵연료 기술이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기술은 우라늄의 밀도를 높여 기존 연료보다 성능을 향상시키면서도 핵확산 저항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은 1995년 국내 최초의 연구로인 '하나로'를 자체 기술로 설계하고 건설한 경험을 바탕으로 요르단 연구로 건설, 네덜란드 연구로 핵심 설비 수출 등 해외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과거 한국이 원자력을 도입할 때 도움을 줬던 미국에 역으로 연구로 설계를 수출하는 것으로 한국 원자력의 새로운 성공 역사"라고 평가하며 "향후 연구로에 대한 전략적 수출을 강화하고 국가전략기술인 선진 원자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가동 중인 연구로의 상당수가 노후화됨에 따라 향후 신규 연구로 건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연구로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