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임원 인사에서 나타난 기업들의 '트럼프 리스크' 정책

임효진·방예준 기자 2024-12-02 18:00:00
트럼프 2기 대응에 적극적인 기업은 현대차 싱크탱크에 성김, 첫 외국인 CEO 호세 무뇨스 LG, 2년 전 트럼프 1기 백악관 출신 헤이긴 영입 삼성, 트럼프 리스크 대비책 보이지 않는 인사
[사진=챗GPT 생성]
[이코노믹데일리] 우리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등을 예고하면서 정책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기업들이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도 감지됐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2일 "사업 강화,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인사를 볼 수 있지만, 미국 전문가를 세워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우리 기업은 IRA나 칩스법 폐지라는 트럼프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 글로벌 인사를 통해 '협상의 대가'라 불리는 트럼프와 대화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트럼프 2기 대응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은 현대자동차라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트럼프 정부와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대차 성김 사장은 목적이 있는 임원 인사"라며 "LG가 2022년 트럼프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을 영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15일 인사에서 미 국무부 출신의 성김 현대차 고문을 그룹 싱크탱크 사장으로 임명했다. 김 사장은 부시·오바마·트럼프·바이든행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맡은 국제 정세 전문가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에 외국인인 호세 무뇨스를 선임하기도 했다. 무뇨스 사장은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한 뒤 2022년부터 해외 권역 글로벌 사업 총괄 최고운영책임자(COO)·사내이사를 맡았다.
 
LG그룹의 경우 지난달 21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선 트럼프 2기에 대비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글로벌 대관 강화에 일찌감치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워싱턴사무소를 개설하고 조 헤이긴 소장에게 사무소를 맡긴 게 대표적이다. 헤이긴 소장은 미 정부, 의회 등을 대상으로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해 왔다. 트럼프 2기 때도 헤이긴 소장이 이끄는 워싱턴사무소가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응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임원 인사만 놓고 보면 트럼프 리스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 보인다. 지난달 27일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한 한진만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부문 반도체미주법인(DSA)총괄 부사장 정도만 눈길을 끈다.

미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에서 6년간 근무한 한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메모리사업부 개발실, 전략마케팅실을 거쳐 2022년부터 DSA에서 북미 반도체 사업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