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제4회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美 대선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한미 협력 방안'으로 발제를 진행한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동맹국 우선주의'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측했다.
권 교수는 "트럼프 당선 시 칩스법의 연장 가능성이 낮다"며 "현재 미국 기업인 인텔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추세이기에 해외업체의 투자에 관한 조건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칩스법은 미국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과학 산업에만 총 2조8000억 달러(약 366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해리스 당선 시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권 교수는 "반도체뿐 아니라 차세대 통신, 전력, 우주 항공, 군사용 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칩스법을 확장 적용할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뿐 아니라 동맹국 사이에 연합을 이뤄 특정 기술 수출을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첨단 기술 확보와 정부 지원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우리는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첨단 기술들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가가 전략적으로 나서 필요한 기술에 대한 선제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 대선이 배터리 산업에 미칠 영향도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이 감소해 국내 배터리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美 대선이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한 '배터리 전쟁'의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IRA를 포함한 배터리 정책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IRA 혜택이 축소돼 한국 배터리 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패널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배터리 내재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공급망과 관련해 탈중국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배터리 원료·소재의 내재화 및 조달처 다각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탈중국 정책을 기회로 본 전문가도 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두 후보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이 오히려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한국 기업의 광물자원 확보, 소재 가공 및 생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중국 공급망 의존에서 벗어나고 미국 공급망 분야의 핵심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이형희 서울상의 부회장, 제임스 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 전문가·기업인 120여명이 참석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한국 주요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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