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교육부는 다음달 신학기부터 고교 반도체 수업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자국 핵심 반도체 기업 TSMC와 함께 고등학교에서 장기적인 반도체 연구 및 교육을 강화하면서 미래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만의 움직임과 달리 국내에서는 정규 교육과정에 반도체 과목을 추가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는 것만 확정이고, 반도체 관련해서 실질적인 논의는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인재 육성에 직접 나섰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반도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찾아가는 반도체 교실'을 통해 우수 학습자들에게 대면 반도체 수업을 진행하거나 온라인 강의, 캠퍼스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2013년부터 임직원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반도체 과학교실을 열고 있다. 용인시 관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반도체 교육과 임직원의 재능기부를 통한 진로 강연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반도체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업계 종사자인 정모씨(30)는 "반도체는 심화 과정이지 기초 과정이 아니다"라며 "차라리 수학, 기술, 과학, 코딩 등 기초 교육과정을 강화하거나 학생들이 대학의 반도체학과나 전자공학과의 메리트를 느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은 반도체를 막연히 '어려운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재도전하며 대치동의 한 학원에 다니는 신모씨(21)는 "현재 의대 진학을 준비 중이지만, 고등학교 때 반도체를 배웠다면 진로 선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내용이 어려워 중도 포기하는 학생이 많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이 대만처럼 반도체 교육을 체계적으로 도입하려면 반도체를 대하는 가치관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대만과 한국이 반도체를 대하는 가치관의 차이에서 이러한 교육 제도의 차이가 비롯된다"며 "대만은 전 국민이 반도체를 자국의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는 반면 한국은 아직 그런 인식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조차도 의대로 떠나는 상황에서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한정으로 반도체 교육이 도입될 수 있겠지만, 정규 과정으로 도입하기엔 한국에서는 반발이 심해 쉽게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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