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ASML의 차세대 EUV 노광 장비인 하이(High) NA 'EXE:5000'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7년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 NA EUV는 설비가 복잡해 상용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장비다. 기존 EUV 노광 장비보다 같은 칩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 장비로 꼽힌다. 현재 이 장비는 전 세계에서 ASML이 독점 생산 중이다. EXE:5000는 하이 NA EUV의 최신 버전이다.
가장 먼저 EXE:5000을 선점한 기업은 인텔이다. 인텔은 ASML로부터 초도물량 6대의 장비 구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이 연간 생산하는 EXE:5000이 8대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75% 물량을 차지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장비 확보 경쟁에서 비교적 선방했다고 보고 있다. 인텔보다는 늦었지만, 삼성의 최대 경쟁사이자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보다 장비 도입이 빨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TSMC는 ASML과 가격 협상에 실패해 EXE:5000을 도입하지 못했다"며 "TSMC의 파운드리 사업 규모가 삼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장비 1~2대로는 커버가 불가능하다. 올해 물량은 놓친 것으로 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2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 규모는 각각 28조원, 6조8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가 EUV 장비를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로 이재용 회장의 협상력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ASML 본사를 방문해 ASML과 삼성전자 간 공동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공동 R&D 센터 조성 사업은 계획대로 순항하고 있다. ASML은 최근 경기 화성시 동탄2지구에 약 1만9000㎡의 부지를 매입하고 새로운 캠퍼스를 건설 중이다. ASML은 약 1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장비 부품 제조센터와 엔지니어 트레이닝 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에서 보도된 R&D 센터 논의 중단 등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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