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배터리 3사, 신차 효과로 전기차 '캐즘 나기'…점유율은 하락

성상영 기자 2024-08-07 22:17:44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22.3% 증가 국내 3사, 신차 출시 힘입어 5~17% 성장 중국 업체 공세에 점유율 25.1→22.1%로
기아가 지난달 정식 출시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 [사진=유대길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올해 상반기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브랜드가 신형 전기차를 출시하며 캐즘(일시적 정체)으로 인한 배터리 수요 위축을 완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7일 발표한 자료를 통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364.6기가와트시(GWh)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98GWh)보다 60GWh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3사의 배터리를 살펴보면 이들 모두 사용량이 증가했다. 전년 대비 LG에너지솔루션은 5.7%, SK온은 5.4% 늘었다. 삼성SDI는 3사 중 가장 높은 17.4%(16.4GWh)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고객사가 잇따라 신차를 내놓으면서 배터리 탑재량이 44.4GWh에서 46.9GWh로 늘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폭스바겐 ID.4, 포드는 머스탱 마하-E, GM 캐딜락 리릭 등 유럽과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차량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 모델3 부분변경 모델이 북미 기준으로 올해 1월 출시되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사용량을 견인했다. 테슬라는 모델3 일부 차량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설립한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HLI그린파워가 지난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점도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힘을 보탰다.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은 기아 EV3와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배터리팩에 사용된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자료=SNE리서치]
SK온 배터리는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의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 힘입어 사용량이 16.4GWh에서 17.3GWh로 늘었다. SNE리서치는 "두 차량의 판매량이 캐즘 진입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 회복하며 SK온 배터리 사용량 성장세에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SK온 배터리를 사용한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과 메르세데스 EQA·EQB 또한 견조한 판매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BMW와 아우디, 지프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도 신차 효과의 덕을 봤다. 삼성SDI 배터리는 BMW i 시리즈와 아우디 Q8 e-트론, 지프 랭글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 들어간다. 삼성SDI 배터리는 지난해 상반기 14.0GWh가 쓰였으나 올해는 16.4GWh가 사용됐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합계는 22.1%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5.1%)보다 3%p 떨어진 수치다. 신차 출시 효과에도 중국 배터리 업체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중국 업체인 CATL과 BYD의 합계 점유율은 53.6%로 지난해(51.5%)보다 2%p가량 높았다. CATL 배터리는 지난해 상반기 106.3GWh가 사용됐으나 올해는 29.5% 급증한 137.7GWh가 쓰였다. BYD 배터리 사용량은 같은 기간 47.1GWh에서 57.5GWh로 22.0% 늘었다. 

SNE리서치는 "중국 업체들은 이구환신(以舊換新·옛것을 새것으로 바꿈) 정책을 통해 내수 시장의 전기차 판매량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 외 지역에서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용이 확대되면서 중국 배터리 업체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