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HD현대, STX중공업 인수…미래 선박 엔진 시장 선점 속도낸다

임효진 기자 2024-07-16 17:33:13
HD한국조선해양·STX중공업 기업결합 최종 승인 디지털·친환경 엔진 투자로 미래 경쟁력 강화 "수직계열화 강화가 곧 기술력 우위는 아냐"
HD현대중공업이 1만5000번째로 생산한 '힘센엔진(HiMSEN)' [사진=HD현대]
[이코노믹데일리]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선박용 엔진 제작업체인 STX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조선업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했다. 이번 인수로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사들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친환경·디지털 선박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7월 기업결합 결정을 발표하며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지 약 1년 만이다. 두 회사는 이르면 이달 말 인수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기업결합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선박 엔진 시장점유율을 2%p 증가한 37%로 늘리며 전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게 됐다.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이자 HD현대 손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기준 점유율 35%로 전 세계 1위, STX중공업은 2%로 3위를 기록했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엔진 사업을 키우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선박 엔진 포트폴리오를 중소형 선박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다. 그 동안 HD현대중공업은 대형 선박 엔진을 위주로 만들었다면 STX중공업은 중소형 선박 엔진을 주로 제조해 왔다. STX중공업이 만든 엔진은 중형선박을 건조하는 HD현대미포 선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는 미래 선박으로 디지털·친환경 선박이 떠오르면서 엔진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HD현대는 지난해 5월 STX중공업 인수 의사를 밝히며 친환경 엔진 투자 등을 통해 글로벌 엔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밝힌 바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은 이제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이뤄야 하는데, 이를 위한 엔진의 디지털화가 중요해졌다”며 “HD현대의 경우 HD현대마린솔루션에서 엔진 부품이나 기자재 내재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HD현대가 엔진 사업 확장을 통해 공정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시장 선점으로 연결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선박 시장에 발주가 많이 나오면서 엔진 시장이 커지다 보니 엔진 사업부를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기업마다 전략이 다를 뿐이다. HD현대는 엔진 사업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고 우리는 엔진을 잘하는 데서 들여온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친환경 선박이라고 하면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엔진이기 때문에 엔진에 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 친환경 엔진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내 엔진 제작사들의 기술력은 사실상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2월 한화엔진(전 HSD엔진)을 인수하며 엔진 부품부터 선박까지 만드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