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유환의 에너지 이야기] 중국은 일제의 실수를 잊지 않았다

유환 기자 2024-05-19 07:00:00
일제는 결국 에너지 확보 못 해 멸망 중국 에너지 안보 위기 경험해 봐 태양광·전기차에 강한 드라이브
전북 군산 새만금 육상 태양광 발전시설[사진=국토교통부]
[이코노믹데일리] '에너지 안보'란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걸 의미한다. 외부적 요인으로 에너지 위기가 닥칠 때 에너지 안보가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알고 '에너지 자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면교사로 삼은 건 에너지 안보를 지키지 못해 멸망한 대표적 국가인 일본제국(일제)이다.

일제는 1937년 당시 중일전쟁을 시작했고 전쟁이 장기화되자 석유, 고무 등 군수 물자 부족에 시달렸다. 이에 관심을 가진 곳은 영국·프랑스 등 서구 열강의 식민지로 석유를 뽑을 수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이었다.

일제가 동남아 국가들을 탐내자 1940년 미국은 석유 금수 조치로 응수했다. 당시 일제는 석유의 90%를 수입하고 있었고 그 중 80%가 미국산 석유였다. 전체 석유의 약 70%를 미국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금수 조치를 당하면서 전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1941년 일제는 도박 수를 던진다. 진주만에 주둔한 미국 태평양 함대를 궤멸시키고 그 사이 동남아를 점령하고 요새화해 군수 물자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후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고 부족한 석유를 충당하지 못했다. 전쟁 말기 일제 해군은 전함에 넣을 연료가 없어 전투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됐다.

중국도 외교적 마찰이 에너지 위기로 이어지는 걸 경험했다. 2020년 호주가 중국에 대해 '코로나19 정밀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로 맞받아쳤다. 타격을 입은 쪽은 중국이었다. 2021년부터 석탄 부족으로 극심한 전력난을 겪었고 결국 2022년 호주산 석탄 수입을 재개하며 항복을 선언했다.

석탄 뿐만이 아니다. 2022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 산하 에너지경제연구소는 중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를 70.9%로 분석했다. 그중 약 절반은 중동산 석유로 알려졌는데 미국 해군이 감시하고 있는 호르무즈·말라카 해협을 통과해 온다. 만일 미 해군이 해협을 봉쇄하면 생명줄이 막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이유로 태양광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내연기관 차량의 번호판 발급을 제한하며 산업 구조를 전환하는 중이다. 중국의 재생 에너지 설비 용량은 지난해 1472기가와트(GW)로 화력 발전(1390GW)을 추월했다. 신규 판매 차량 중 전기차 비율은 약 50%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