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은행권 신탁업 수탁고는 630조원을 넘기며 전년보다 크게 늘고 신탁보수도 증가했지만, 올해는 홍콩ELS발 손실 영향이 커 시장이 위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더욱이 배상 절차와 규모를 놓고 고객과 마찰이 잇따르면서 시장 분위기도 침체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5일 현재 홍콩ELS 손실 배상 대상 고객에 자율조정 시행을 안내하며 계좌별 만기가 도래해 배상 비율이 확정된 고객부터 순차적인 배상에 나섰다. 배상 비율 확정 고객은 계좌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매주 선정된다.
안내 대상은 구체적으로 홍콩H지수 기초 ELS 녹인(Knock-In) 발생 계좌로 △만기상환 계좌 △만기 미도래 계좌 △녹인 발생 전·후로 중도해지 된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미 배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9일 하나은행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투자자와 합의를 거쳐 배상금을 지급했고 신한은행 역시 지난 4일 10명의 투자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홍콩ELS 가입 고객들에게 배상 절차에 대한 안내 문자를 전송했고, 지난 12일부터 만기가 도래해 손실을 확정한 고객 대상으로 개별 접촉에 들어갔다.
다만 일부 가입자들의 배상안 관련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금융감독원이 전망한 배상 비율은 20~60% 사이였지만 일부 투자자 단체는 100% 배상을 주장하면서 향후 소송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은 홍콩ELS 만기 도래액이 2조5553억원으로 가장 많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4월 중엔 전반부에 만기 상환 금액이 큰 날들이 몰려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해당 금액이 줄어들 것"이라며 "5·6월에는 월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점차 충격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금감원 자료 분석 결과, 은행권의 지난해 말 신탁업 수탁고는 632조원으로 전년 말(541조8000억원) 대비 16.7%(90조2000억원)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신탁보수도 9705억원에서 1조869억원으로 12%(1163억원) 증가했다.
신탁은 수탁자(은행)가 금전을 신탁재산으로 위탁받아 이를 대출, 채권 등 적절한 투자대상에 운용해 얻은 이익을 수익자에게 금전 등 형태로 되돌려 주는 금전신탁과 금전 이외의 재산을 위탁자로부터 수탁해 신탁 종료 시 해당 재산을 운용 현상 그대로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재산신탁으로 나뉜다.
고객이 신탁으로 맡긴 금액을 뜻하는 수탁고가 늘어난 데는 은행들이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객 니즈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전문 컨설팅 서비스를 도입하는 식이다.
일각에선 올해 홍콩ELS 손실과 불완전판매 논란 등으로 신탁 상품 판매가 줄어들 수 있어 은행들의 이런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단 의견을 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판매 시 직원과 창구 등이 제한되면 자동으로 판매량과 수익은 감소할 것"이라며 "투자 위험을 방지할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저위험 포트폴리오도 늘리는 등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험도가 높은 금융투자상품 판매 관행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당국에선 금융투자상품 판매 직원과 채널에 제한을 두는 데 무게를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업무인 예·적금이나 대출처럼 모든 창구에서 판매할 필요가 없다는 게 골자다.
또 원금보장을 바라는 예·적금 가입 고객에게 무리한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ELS 관련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것이란 지적도 나오는 만큼 정확히 고객 특성을 파악하고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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