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부터 깬다"…보험 해약 급증에 유지율마저 '뚝'

지다혜 기자 2024-04-16 06:00:00
보험약관대출 전년比 3조↑…다중채무 빨간불 업계 "계약 유지 위한 경쟁력 제고안 마련"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가계 살림이 악화하면서 보험 계약 해지가 늘고 있다. 이와 함께 보험 유지율도 떨어지는 가운데 사적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보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22곳의 해약환급금 규모는 지난해 45조3318억원(총괄계정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4조3719억원·일반계정 기준) 대비 2.2%가량 증가한 수치다. 해약환급금이란 보험 가입자가 스스로 계약을 깨고 보험사에 청구해 받는 돈이다.

아울러 같은 기준으로 효력상실환급금 규모는 지난해 1조6705억원으로 2020년(1조5976억원) 이후 3년 만에 다시 증가했다. 효력상실환급금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2개월 이상 못 냈을 때 보험사가 해지 통보하면서 지급하는 돈으로 비자발적 해지를 뜻한다.

앞서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통계 산출 기준이 변경됐다. 보험사들은 2022년까지 일반계정을 사용하다 지난해부터 총괄계정(일반계정+변액보험)을 기준으로 실적을 내고 있다. 산출 기준이 바뀌면서 해약 관련 수치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그럼에도 전체 보험 해약환급 규모는 지난해만 47조를 넘기면서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 기조로 가계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최후 수단으로 보험을 깨는 가입자가 많아진 탓이다.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약관대출도 해지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71조원으로 나타났다. 전년(68조원)보다 3조원가량 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대출받는 상품인데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비자발적 해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또 최근 3년간 보험 해약 건수도 늘고 있다. 생·손보업계의 보험 해약 건수는 △2021년 1146만6000건 △2022년 1165만4000건 △지난해 1292만2000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따라서 보험업계의 가입 유지율도 하락세 전환이 뚜렷하다. 25회차(25개월) 기준 유지율은 생보업계가 2022년 69.3%에서 지난해 60.6%, 손보업계는 같은 기간 72.5%에서 71.6%로 내려갔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목돈 마련 등을 위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각 사도 보험 가입자의 계약 유지를 위한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