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해약 36조" 최후 자금까지 '와르르'…보험 상생 보따리 '기대'

지다혜 기자 2023-12-21 05:00:00
실손보험료 '쑥'…"비급여 가이드라인 必" 車보험료 2.5~3.0% 인하 방침…DB손보 선두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경기 악화로 보험료 납입에 부담을 느끼는 서민들이 늘면서 보험 해약환급금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상생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댔지만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손해율 개선 등 근본적 과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생보사 해약·효력상실환급금은 35조66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0조6531억원)보다 5조151억원 증가(16.4%) 증가한 수치다.

그중 해약환급금은 34조4557억원으로 전월(30조8197억원) 대비 약 3조6360억원 증가했다. 해약환급금이란 보험 만기 전 해약·해지 등을 할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반환되는 금액을 말한다. 통상 기존 납입 보험료보다 액수가 더 적어 손해임에도 최근 경기 불황으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보험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경우가 늘었다.

일정 기간 보험료 미납으로 보험계약의 효력이 상실했을 때 납입 보험료 중 일부를 되돌려주는 금액인 효력상실환급금도 늘어났다. 올해 9월 기준 1조2125억원 규모로 지난 △6월 8350억원 △7월 9634억원 △8월 1조943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보험업계는 고금리·고물가로 경기 악화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해약환급금 증가 추세는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가계부채가 늘면서 매달 나가는 보험료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해약환급금) 증가 추세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료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추고 상생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권에 내년 1분기 안으로 △국민의 보험료 부담 경감 △보험계약대출 이자 부담 완화 △소비자 편익 제고 등 내용을 담은 3대, 7개 과제를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또 필요한 제도 개선을 병행하면서 상생과제를 추가 발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생보협회와 손보협회는 공동으로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평균 1.5%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14.2%, 8.9% 인상됐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1세대(2009년 9월까지 판매) 평균 4%대 인하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평균 1%대 인상 △3세대(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 평균 18%대 인상 △4세대(2021년 7월부터 판매 중) 동결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꾸준히 상승세로 도수·체외충격파 치료 등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가 많은 점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3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지난해 131.7%에서 올해 9월 154.9%로 가장 많이 올라 보험료 인상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3997만명) 중 23.9%(956만명)를 차지하는 3세대 가입자들은 보험료 폭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따른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최초 요율 조정주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실손보험이 출시되면 5년간 보험료가 그대로 유지되는데, 현재처럼 5년이 아닌 3년이나 1년 단위로 개선해 손해율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초 열린 '공·사 건강보험의 역할과 과제' 세미나에서 "비급여 항목에 대한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실손보험 신상품에 대한 5년 이내 요율 조정 단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험사들도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를 막기 위해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한 뒤 당국에 건의할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하 관련, 지난 19일 DB손해보험이 대형 손보사 중 가장 먼저 2.5%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뒤이어 △현대해상(2.5%) △KB손보(2.6%) △삼성화재(2.6%) △메리츠화재(3.0%)가 인하 방안을 내놨다. 앞서 손해율 개선과 상생금융 기조로 최대 3.0%까지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른 가운데 메리츠화재만 3.0% 내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