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해약환금급 38조 '역대 최대'…납입 유예 특약 시행

지다혜 기자 2024-01-17 15:09:50
기존 납입 일시중지 제도 등 적극 활용 必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지속되는 고물가 기조로 서민들이 보험료를 내는 것조차 부담을 느끼면서 보험 해약환급금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당장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보험마저 깨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가 보험료 납입 유예 특약 출시에 나섰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생명보험사들이 지급한 해약환급금과 효력상실환급금은 38조4357억원으로 이는 같은 기간 역대 최대다. 해약환급금은 보험 가입자가 자의로 보험을 해지할 때 지급되는 돈이고, 효력상실환급금은 보험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자동으로 해지될 때 환급되는 돈이다.

해약환급금 규모는 최근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말 기준으로 △2020년 32조9030억원 △2021년 33조4002억원 △2022년 35조487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효력상실환급금은 △2020년 1조7397억원 △2021년 1조3831억원 △2022년 1조 2737억원이었다.

보험을 해지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고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로 금융 취약계층이 늘어난 것이 꼽힌다. 생명보험협회가 실시했던 성향 조사에서 보험 해약 사유로 '보험료 납입이 어려워서(32.8%)'가 1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목돈이 필요해서(28.9%)'였다. 한국소비자원 설문조사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목돈 마련을 이유로 보험을 중도 해지한다고 답한 게 가장 많았다.

다만 보험을 중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납입금액보다 적거나 재가입이 거절되는 등 보험가입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과 보험사는 보험을 바로 깨기보다는 다른 해결 방안부터 찾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선 이달부터 보험사들이 소득단절 기간에 보험료 납입을 1년간 유예할 수 있는 보험소비자 민생안정특약을 선보인다. 보험소비자가 별도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실직, 3대 중대질병(암·뇌졸중·급성심근경색)과 출산·육아휴직 발생 시 활용 가능하다.

이달에 한화생명·신한라이프·메트라이프·한화손보가 상품을 선보인다. 4월엔 삼성생명·교보생명·흥국생명·동양생명·ABL생명 등이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당초 4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상생 일환으로 이달에 앞당겨 출시한다. 미래에셋생명 헬스케어 건강보험 무배당, 미래에셋생명 헬스케어 건강보험(갱신형) 무배당에 민생안정특약을 부가했다.

보험사별 여건에 따라 회사가 지정하는 보장성 보험상품(건강보험 등)에 보험소비자 특약을 부가해 판매한다. 계약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신청할 수 있다.

신청 후 처음 맞는 납입일부터 1년간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아도 보험료가 정상적으로 납입된 경우와 동일하게 보장된다. 다만 보험료 납입완료 시점이 납입유예 기간만큼 연장된다. 보험료 납입유예기간 동안 발생한 이자는 보험사에서 전액 부담한다.

그밖에 △보험계약(약관)대출 △중도 대출 △보험료 납입 일시 중지(유예) △보험료 자동대출 납입 △보험료 감액 △보험료 감액완납 △연장 정기제도(종신보험 해당) 등 계약을 유지하는 다양한 제도가 있다. 이런 기존 보험 유지 제도와 함께 이달부터 출시될 특약까지 활용해 손해를 줄이는 것이 좋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섣부른 보험 계약 해지로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를 먼저 알아보고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