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2024 총선] "현실 어떤지도 몰라" 공허한 약속에 산업 경쟁력 회복 '뒷전'

성상영 기자 2024-04-04 06:00:00
막말·비방에 올해도 정책 대결 실종 임기응변식 공약에 현실성 나몰라라 위기 인식 없이 추상적 구호만 남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오는 10일 치러지는 가운데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우편함에 투표 안내문과 선거 공보물이 꽂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판세는 안갯속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검증을 넘어선 흠집 내기와 '막말' 논란에 올해도 여지없이 정책 대결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마저도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선심성 짙은 공약이 임기응변식으로 언급된다는 지적이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총선은 지난 20대 대선에 이어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분기점으로 지목된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방산, 자동차, 중공업과 중화학공업 등 업종마다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정책의 역할이 커진 탓이다. 기업이 '미래 대응'에 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공약을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야는 총선 체제 초입부터 기업인을 영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전문가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서울 강남구병에, 같은 회사 출신 한정민 연구원을 경기 화성시을 선거구에 전략 공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자 출신이자 오랜 기간 현대자동차에 몸 담은 공영운 전 사장을 화성시을에 단수 추천하며 맞불을 놨다. 업종별로 영입 인재를 모두 합치면 20명에 이르는 기업인이 금배지 사냥에 나선다.

각 지역마다 특화 산업에 맞춰 후보들을 배치해 표심을 잡겠다는 뜻이지만 양상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기업인 출신 후보가 출마한 지역구에서조차 일시적인 재정 투입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여야가 격전지로 꼽은 수도권 '반도체 벨트'가 대표적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격전지인 경기 수원·화성·용인·평택을 겨냥해 각각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과 '반도체 메가시티'를 내걸었다. 보조금 지급과 투자 세액 공제,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연구개발(R&D) 지원 등 공약이 제시됐다.

그러나 세부 재원 조달 방안이나 근거가 뒤따르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같은 미래 산업을 지원하는 대책이 나온다는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선언적인 내용에 그치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미국·일본·대만 등 각국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책을 쏟아내자 급조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한 마디로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첨단 산업도 문제지만 제조업 근간인 중화학공업 경쟁력 회복은 이번 총선 의제에서 벗어나 있다. 경북 포항에서 울산, 부산, 경남 창원, 전남 여수를 잇는 남동해안 '제조업 벨트'와 관련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수도권 반도체 벨트만큼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산업 구조 변화와 업황 악화로 지역 경제가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다. 산업단지 내 설비 노후화와 일자리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타 지역으로 인구 유출도 심각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원자력·방위산업 육성과 교통 인프라 건설을 내세웠고 민주당은 '동남권 메가시티'를 내놓은 정도다. 산업 정책 면면을 보면 '4차 산업 육성', '디지털 스마트 산단 전환' 같은 추상적인 표현만 등장하는 형국이다. 경남 창원의 한 유권자는 "창원공단(창원국가산단)만 봐도 문 닫는 공장이 천지인데 지역 이슈는 서울에서 다뤄주지도 않는다"면서 "문제가 뭐고 현실이 어떤지도 제대로 진단이 안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