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홍콩 ELS 기준안 모두 '수용'…다음 달부터 '조정' 돌입

[이코노믹데일리] 은행권이 이사회를 열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해 자율 배상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에 사실상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공식적인 배상 절차에 돌입한 셈이다.

은행들은 신속한 배상 절차에 돌입한다고 언급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 절차에 들어간다.

29일 KB국민은행은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지난 11일 발표한 금감원 기준안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자율조정협회의회'를 설치해 외부 전문가 위원들이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한 사실 확인을 진행하고 개별 요인을 고려해 배상 금액을 확정한다.

신한은행도 이날 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기준안을 근거로 배상 비율을 확정하고, 사실 확인을 통해 최종 배상 비율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달부터 배상 내용·절차를 고객에게 공지하고 협의를 진행한 후 배상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더불어 소비자보호그룹 내 금융상품 지식, 소비자보호 정책·법령 분야 전문가를 포함한 '자율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배상 절차를 진행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27일 이사회에서 소비자보호그룹 내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위원회'와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지원팀'을 개설한다고 결의했다. 자율배상위원회에 금융업·파생상품 관련 법령, 소비자보호 분야 외부 전문가 3인을 비롯한 11명이 포함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율배상안·자율배상 전담 조직이 확정된 만큼 손실 난 투자자의 배상 비율을 신속히 결정해 배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 자율배상 절차를 통해 홍콩H지수 ELS 상품에 투자한 손님들과 원만히 소통하고 배상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실시해 금감원의 기준안을 수용하며 자율 배상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시중은행 중 가장 처음으로 자율 배상을 공식화했다.

우리은행은 내달 12일 만기가 돌아오는 43억원 규모의 ELS 가입 고객과 먼저 접촉해 배상 비율을 조정한다. 배상 규모는 최대 100억원으로 추정되며 배상 비율에 대한 협의 후 고객의 동의를 받아 일주일 내에 배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장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고객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조정 비율 산정과 배상금 지급에 나설 방침"이라며 "금감원 기준안에 따르되 투자자별로 고려할 요소가 많고 개별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할 사항인 만큼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산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8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금감원 기준안을 바탕으로 홍콩H지수 ELS 손실 고객에 대해 자율 조정을 이행한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자율조정협의회를 마련해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한 세부 조정안을 확립할 계획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와 신뢰 회복에 만전을 기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도 28일 이사회에서 '홍콩H지수 관련 고객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안 승인'을 논의했다. SC제일은행도 ELS 전담 위원회를 신설해 고객 배상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SC제일은행의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액은 지난해 말 기준 18조8000억원이다. 이중 이달 22일까지 3조1393억원 만기가 도래했다.

현재까지 평균 손실률은 51.2%로 추정되며 손실액은 1조6066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금감원은 기준안에서 배상 비율이 0~100%라 공개했지만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홍콩 H지수 ELS 투자손실 배상비율은 다수 사례가 20∼60% 범위 분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