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대면영업 위상 그대로" 보험업계, 설계사 유치전 과열

지다혜 기자 2024-03-07 05:00:00
전속설계사 감소…GA 소속 설계사는 증가세 일정 실적 달성해야…불건전 영업 확대 우려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이코노믹데일리] 보험업계 설계사 모시기 전쟁이 과열 양상이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른바 선수 영입 비용이 천정부지다. 디지털 혁신 가속 속에 업계 특성상 당장 대면영업 매출 비중이 크다 보니 비대면(CM·Cyber Marketing) 채널 확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6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업계의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 판매 비중은 타 금융권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대면 가입률은 각각 99.4%, 93.8%를 차지했지만 비대면 가입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생명보험은 0.6%, 손해보험은 6.2%다.

다만 손보사의 경우 자동차보험 중심으로 CM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생보사는 여전히 대면 영업 위주로 진행된다.

생보사 주력 상품인 종신·건강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해 설계사의 도움 없이 온라인으로 가입하기 쉽지 않다. 또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싼 데다 10년 이상 납부하는 상품이 많아 온라인 가입을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업무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설계사들의) 대면 영업 비중이 크다"며 "생명보험의 경우엔 상품 구조가 복잡해 직접 설명을 듣고 가입하려 하는 고객이 많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비대면 영업으로) 대면 영업 매출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기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설계사를 통한 상품 판매가 주를 이루자 실적이 좋은 경력직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법인보험대리점(GA)들의 스카우트 과당 경쟁은 업계에서 해묵은 문제 중 하나다.

GA는 설계사의 인맥까지 자사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거액의 지원금을 주면서 스카우트를 한다. 사무공간이나 인프라 지원 등 조건도 다양해졌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설계사 빼가기를 자제하자는 취지로 자율협약을 맺기도 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방지책으론 역부족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자율협약은 법적 제재 효력이 없고 위반 시 처벌조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에 설계사들의 잦은 이직은 부당 승환계약 전환 및 유지율 하락 가능성을 높인단 우려가 나온다. 승환계약은 설계사가 기존 회사에서 체결한 고객 계약을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것이다.

설계사들은 이직하면 3년 안에 스카우트 비용만큼 신규 계약을 따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수준의 실적이 없으면 스카우트 비용 일부를 뱉어내야 하므로 설계사들이 해당 금액을 충당하려다 고객에게 불합리한 부당 승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설계사 이탈 후 보험사의 고객 관리 수준에 따라 민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보험사와 GA 등 모집시장 참여자는 건전한 경쟁으로 고객가치 향상과 동시에 산업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상품 영업에 더 유리한 GA가 보험사들을 잠식했단 의견도 있다.

한 보험사에 전속된 설계사는 해당 사의 상품만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GA는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모든 회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독립된 보험 대리점이기 때문에 GA 소속 설계사가 어느 곳의 상품을 판매하느냐에 따라 보험사의 실적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앞서 2015년 이후로 GA 소속 설계사 수가 보험사 전속설계사 수를 넘어설 만큼 그 규모는 커졌다. 최근 10년 동안 전속설계사는 연평균 3.7% 감소한 반면 GA 소속 설계사는 4.8%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