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자수첩] '속 빈 강정'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지다혜 기자 2024-01-26 06:00:00
보험사기 적발 인원 중 보험업 종사자 '급증' 사기 피해액 느는데 '보험금 반환 의무' 삭제
금융증권부 지다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보험업 종사자 가중처벌 조항이 삭제된 채 결국 8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단 뜻의 '속 빈 강정', 마치 이 법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보험사기 적발 인원 가운데 보험업 모집종사자 수는 1598명으로 전년(1178명)보다 35.7% 급증했다. 전체 적발 인원 증가세(5.2%)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랐다.

이렇듯 최근 보험 지식에 해박한 설계사를 비롯해 내부 직원의 사기 행각은 끝이 없었다. 나아가 단순 개인의 일탈 수준이 아닌 병원·브로커와도 공모해 그 수법은 고도화됐다. 허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진단 코드를 거짓으로 꾸며내거나 금액을 부풀린 영수증을 발급해 보험금을 편취하는 등 방식도 다양했다.

소비자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처벌 수준도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개정안에는 보험업 관련 종사자의 사기행위를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직접 가담한 병의원과 보험대리점 등의 명단을 공개하고, 보험사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을 경우 민사소송 없이도 부당 편취한 보험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핵심이었던 보험업 종사자에 대한 가중처벌을 비롯해 위 조항들은 사라진 채 반쪽짜리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보험금 반환 의무도 규정되지 않아 피해 복구는 불투명해졌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6233억원으로 상반기 적발액 사상 처음 6000억원을 돌파했다.

물론 삭제된 이유는 있었다. 형법과 충돌하는 점, 특정 직업군에 대한 가중처벌은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다만 보험업 종사자들이 가담한 사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들의 범행을 방지할 알맹이가 빠진 이 개정안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