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장은주의 여車저車] 금수저도 범접 못할 진짜 名車 '부가티'

장은주 기자 2023-12-09 06:00:00
압도적인 성능, 예술적 디자인 갖춘 완벽함 자랑 車시장 변화도 '거뜬'…전기차로 명맥 잇는다
부가티 시론[사진=부가티오토모빌]
[이코노믹데일리]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는 각 산업군에서 정체성을 잃거나 비틀거리다 사라지는 기업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자존심을 꺾고 적재적소에 변화를 적용해 기존 명맥을 유지하는 진짜 '명가(名家)'도 있다. 

20세기 초 최고급 차의 대명사로 등장해 오늘날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부가티는 이탈리아 출신 에토레 부가티 손에서 탄생했다. 에토레 부가티는 가구, 건축과 회화에 조예가 깊은 예술가였던 아버지 카르르 부가티의 영향으로 탁월한 예술성을 이어받았고, 자동차에 예술성을 적용했다.

에토레 부가티는 1898년 자동차 디자인과 제작기술을 익히고 4륜 자동차 '타입 1' 공개를 시작으로 본격 자동차 생산에 돌입했다. 1901년 이탈리아 밀라노 오토쇼에서 '타입 2'를 선보이고 이를 통해 프랑스 모터클럽 명예상을 거머쥐었다. 이를 계기로 1902년 오스트리아 자동차 회사 디이트리히와 계약하고 '디히트리히-부가티'란 이름으로 차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그는 1909년 프랑스 알자스에 부가티오토모빌의 전신인 '부가티 자동차회사'를 설립하고 역사를 새로 썼다. 이듬해인 1910년 브랜드 최초의 자동차 '퍼 샹(Pur Sang)'을 공개했다. 퍼 샹은 4기통 1.3L 엔진을 탑재했으며, 기존 타입 라인업으로는 타입 10에 해당한다.

부가티는 실제 자동차 산업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완성도와 고급스러움에 몰입했고, 당대 최고의 럭셔리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못과 볼트 등 이음 도구 없는 '짜 맞춤' 기법이 브랜드의 특징으로 알려져 이목을 끌었다.

◆성능·디자인 모두 갖춘 '완벽함' 하나로 명맥 이어

에토레 부가티는 '예술과 기술의 완벽한 조화'를 브랜드 철학으로 내세웠고, 이후 브랜드 특징이 담긴 모터스포츠 전용 모델을 줄줄이 출시했다. 직렬 8기통 2.0L 엔진의 '타입 35'는 1924년 유럽 그랑프리를 위해 특별 제작된 모델로 2년 동안 100번이 넘는 우승을 거두는 등 부가티 명성을 공고히 했다. 드럼 브레이크와 휠이 일체형으로 제작돼 뛰어난 제동력을 발휘했고, 경량화로 무게 대비 출력이 우수했다. 타입 35는 부가티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모델로 현재까지 자동차 애호가들의 '드림카'로 꼽힌다.

뛰어난 성능과 예술적 디자인을 갖춘 부가티에게도 제2차 세계대전이란 위기가 찾아와 1956년을 마지막으로 자동차 생산을 중단했다. 그리고 약 30년 간 끊어졌던 부가티의 명맥은 이탈리아 사업가인 로마노 아르티올리에 의해 다시 이어지게 된다. 부가티의 열렬한 팬이던 로마노 아르티올리는 상표권을 사들이고 새 모델 개발에 나서 에토레 부가티가 태어난 지 110주년이 되는 1991년 9월 15일 완성한 차를 공개했다. 그러나 로마노 아르티올리의 부가티도 1995년 막을 내리게 됐다.

부가티의 명성을 탐낸 폭스바겐그룹은 1998년 브랜드 인수에 성공했다. 폭스바겐그룹은 부가티의 브랜드 철학이 현대와 어우러지도록 콘셉트와 방향성을 새롭게 정의했고, 새로운 정체성이 담긴 4인승 쿠페 모델 'EB118'을 공개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모델은 부가티의 전설적인 모델 '타입 57SC 아틀란틱'을 오마주한 것으로 브랜드의 역사를 계승하면서 브랜드의 미래 전략을 투영했다.

부가티는 오늘날 전동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녹아들어 '명차 중 명차'라는 남다른 입지를 자랑한다. 부가티의 모회사인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2021년 계열사인 포르쉐와 크로아티아 전기차 스타트업 리막오토모빌리에 부가티의 지분을 매각했다. 리막은 지분 인수를 통해 '부가티-리막'이란 합작법인을 새로 설립했고, 순수 전기 하이퍼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테 리막 리막오토모빌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2년 "차세대 부가티와 네베라는 아우토반에서 시속 400㎞로 움직이고 아날로그 악기나 시계를 만드는 것처럼 더 아름다울 것"이라며 "자율주행 드리프트 모드와 미래적인 기술 등을 탑재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폭스바겐그룹은 부가티를 비롯한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그룹 내 브랜드의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자동차 시장 변화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부가티,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은 단단한 역사와 함께 미래지향적이란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