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쌍방울 '상폐' 날벼락…CEO 횡령·배임에 주주들 '피눈물'

박이삭 기자 2023-09-21 05:00:00
김성태 직전 회장 리스크…결국 철퇴 맞아 쌍방울 측 이의신청 기각될 가능성 지배적 99% 소액주주, 휴지조각 정리매매 불가피
지난 1월 태국에서 검거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한국거래소가 쌍방울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김성태 전 회장 리스크에 따른 주주들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투자 피해가 불보듯 뻔한 상황 속에서 쌍방울 측은 이의신청 의사를 밝혔으나 예정된 '상폐'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쌍방울이 상장폐지 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지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김성태 전 회장의 횡령·배임으로 경영권의 투명성을 보완해야 하는데 개선 계획이 미흡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25조에 따르면 상장폐지에 대해 이의가 있는 법인은 통지 받은 날부터 15영업일 이내에 거래소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없으면 이의신청 만료일 경과 후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쌍방울의 이의신청 만료일은 다음달 13일이다.

김 회장은 줄곧 쌍방울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로 거론돼 왔다. 지난해 5월 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검찰 압수수색을 피하고자 태국으로 도피했다. 이후 8개월간 수사망을 피하다 현지 이민국에 검거돼 올해 1월 국내로 송환됐다.

김 전 회장의 주요 혐의는 크게 5가지로 나뉜다. △회삿돈 4500억원 배임·횡령 △200억원 전환사채 허위 공시 △640만 달러 대북 송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3억원 뇌물 공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8년과 2019년 사이 쌍방울이 각 100억씩 두 차례 발행한 전환사채(CB) 거래 과정 중 직원들로 하여금 관련 내용을 허위로 공시케 한 혐의를 받는다.

2018년 발행된 전환사채는 김 전 회장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투자회사 '착한이인베스트'가 전부 사들였다. 2019년 전환사채의 경우, 김 전 회장의 친인척 또는 측근들 명의 투자회사들이 매입한 뒤 쌍방울 계열사 '비비안'이 모두 매입했다. 쌍방울은 이들 전환사채 인수 회사가 페이퍼컴퍼니임을 공시하지 않았다.

전 쌍방울 재무총괄책임자(CFO) A씨는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전환사채 매수 자금 활용 목적으로 회삿돈 30억 원을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횡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 재무 직무 부장 B씨는 나노스 전환사채 관련 권리를 지닌 제우스1호투자조합 조합원 출자지분 상당 부분을 김 전 회장 지분으로 바꿔치기한 배임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같은 횡령·배임 규모가 총 4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경 임직원들 도움으로 640만 달러를 중국을 거쳐 북한에 보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을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과의 경제협력 사업 합의 대가로 보고 있다. 앞서 그는 조선아태위·민경련 등과 경제협력 사업 관련 합의서를 작성했고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는 북한 희토류 개발 사업권을 얻었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 3억원가량의 쌍방울 법인카드·법인차량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역시 대북 경제협력 사업 지원 대가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러한 오너 리스크에 대다수 소액주주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방울 주주 99%가 소액주주인데 이들은 지난 7월 거래가 정지된 데 이어 상장폐지까지 겹쳐 정리매매를 진행해야 한다.

대개 정리매매 주가는 가격제한폭이 없는 탓에 큰 변동폭을 보인다. 30분 단위로 호가를 접수해 단일가 거래가 성사되는데 적자·횡령·배임 등이 맞물리면 주가 가치가 폭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주주들은 이를 막고자 상장폐지 저지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이들은 당분간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한 뒤, 폐지가 확정되면 오프라인 시위를 벌이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소액주주 보호방안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 못한 채 수수방관하는 분위기다. 쌍방울 관계자는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것이며 이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금투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존폐 기로에 서 있는 마당에 소액주주들이 눈에 들어오겠냐며 폐지 (수순은) 확정이나 다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