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와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는 최근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철강업계는 이번 하반기 협상에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상반기(1~6월) 원자재 인상분과 시황 변동 등을 포함하면 가격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또 산업용 전기료가 상반기에만 킬로와트시(㎾h) 당 21.1원 인상됐으며 조선업계 호황과 선가 상승 등의 상황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용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에 쓰인다. 선박 원가에 약 20~3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격이 조금만 변동이 생겨도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격 상승으로 이제 막 슈퍼 사이클을 탄 업계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 최근 철광석과 원료탄 등 주요 원료 가격이 안정됐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후판 가격이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는 추세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해운·조선업 2023년 상반기 동향 및 하반기 전망'을 통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후판 가격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판 가격 협상은 올해 연말께 최종 협의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도 입장차로 협상기간이 장기화되자 당국이 중재에 나선 만큼 이번에도 장기화될 가능성 높다"며 "하반기 협상은 입장차를 좁히고 대승적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지난 5월 19일 각 업계가 한 발씩 물러서면서 1톤(t)당 90만원 중반가로 타결됐다. 통상 상반기 협상이 늦어도 4월에 끝난다는 점을 미뤄볼 때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했는지 알 수 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