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기업의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전플레이션(電+인플레이션)'에 맞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통상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있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제조 사업장을 가동 중인 기업은 소비 전력을 줄이거나 자체 전력 공급망을 갖추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도입하고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 사업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삼성전자는 주요 사업장에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시간대별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설비 가동 상황에 따라 소모 전력을 제어한다.
LG전자는 경남 창원에 있는 통합 생산단지인 LG스마트파크에 피크저감용 ESS를 구축했다. 지난해 말 준공된 이 설비는 전력 사용량이 적고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에 전기를 모았다가 주간에 방전한다. 이와 함께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 1만장을 설치해 소비 전력 일부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국내 전력 사용량 2위인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제조 장비에 '이너 히터'라는 장치를 부착해 전력 사용량을 줄였다. 이 장치는 장비 배관 겉면에 부착된 히터를 배관 안쪽으로 넣어 불순물을 방지하는 것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준다. 이와 함께 냉동기와 공조기 등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에너지 절감 기술을 도입했다.
기업이 전력 다이어트에 나선 직접적인 원인은 꾸준한 전기요금 인상이다. 발전 단가 상승에 따라 한국전력공사 누적 적자가 지난 1분기(1~3월)까지 44조6000억원을 기록한 탓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올해 1~2분기(1~6월)에만 킬로와트시(㎾h)당 21.1원 올랐다. 지난해 인상분(㎾h당 19.3원)까지 합치면 2년간 총 인상폭은 40원에 이른다.
통상 일반 가정에 공급되는 주택용 전기요금보다 산업용이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그 격차가 크게 줄었다. 심지어 올해 1월에는 주택용 요금 누진제 완화 영향으로 ㎾h당 평균 전기요금이 역전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몰아친 RE100 동참 움직임도 기업이 전력 소비를 줄이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RE100은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캠페인이다. 여기에 2050년을 탄소중립 달성 목표로 잡아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기업의 전력 수급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일각에서는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높아지면 기업이 생산하는 비용이 올라가고 이는 전반적인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제적인 탄소 저감 추세와 맞지 않은 데다 타 국가와 통상 마찰을 일으킬 수 있어 실효성은 적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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