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美 전기차 스타트업, "붐은 끝났다"...생존도 '불투명'

김종형 기자 2023-03-17 16:51:21
신기술 내세운 美 전기차 스타트업들, 다수는 올해 전망도 '물음표' 태양광 전기차 등으로 투자자 눈길 끌었지만 주가 폭락 리비안·루시드 등 일부 업체들만 살아남아 전기차 산업도 '규모의 경제' 작용...양산 성공해야 생존

패러데이퓨처 전기 SUV 'FF91'[사진=패러데이퓨처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주목받아온 전기자동차(EV) 스타트업들이 올해는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코로나19 시국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친 금융 기조에 힘입어 투자를 유치했지만 기술력이나 생산력을 입증하지 못하고 혹독한 시장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전기차 스타트업 중 소수만이 1년 이상 운영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 업체들은 앞서 개발하기로 호언했던 차량 양산이나 기술을 상용화하지 못해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전기차 스타트업은 2020년부터 각광받기 시작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차량을 교체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55만대 이상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페덱스와 아마존 등 대형 기업들도 배송 등에 전기차를 주력으로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폭발적인 실적을 기록해 600% 이상 주가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통화 발행량을 늘리고 저금리를 유지한 미국의 확장정책도 스타트업 자금 마련 환경에 긍정적 요인이 됐다.
 

압테라 태양광 전기차 콘셉트 이미지[사진=압테라 홈페이지 캡처]


당시 출범한 대부분 업체들 중 현재까지 호평받는 기업들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 뉴스는 카누, 압테라, 패러데이퓨처스, 나브야, 니콜라, 로드타운모터스, 워크호스, 피스커, 어라이벌 등 전기차 스타트업 10곳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서류 등을 검토한 결과 "단 4곳 만이 내년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대표적으로 로드타운모터스는 800마력 이상 출력을 갖춘 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아직까지 양산 소식을 내놓지 못했다. 카누나 피스커, 압테라 등 업체는 꾸준히 태양광 추진 전기차 등 콘셉트카 구상을 내놓지만 아직까지 기술 개발 단계에 머물러있다. 수년째 투자자들에게 차량을 양산하겠다고 다짐해온 패러데이퓨처도 지난달에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FF91'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안 전기 픽업트럭 R1T[사진=리비안 홈페이지 캡처]


존폐 여부가 불투명한 이들 업체와 달리 실체를 인정받은 업체들도 있다. 리비안은 고성능 전기 픽업트럭과 SUV를 꾸준히 생산해오고 있다. 퍼포먼스 전기 세단을 만드는 루시드 역시 각국 주요 모터쇼에 출품하는 등 대외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과거 창업자 사기 의혹이 불거졌던 니콜라의 경우 당초 양산 계획이던 수소트럭을 내놓진 못했지만, 전기 상용차로 방향을 전환해 공급망을 구상 중이다.

야심차게 출발했던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미래가 엇갈린 것은 자동차 시장 특성 때문이다.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시장은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생산 규모가 증가할 때 비용이 감소하는 것)가 나타나는 곳으로 대량생산 요건이 갖춰져야 수익이 날 수 있다. 다수 업체들이 양산에 돌입하지 못해 수익도 내지 못한 셈이다.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주목받던 지난해 6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공동묘지에 있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대부분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주가는 2020년 혹은 2021년 최고점 대비 9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미국 현지에서도 전기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토모티브는 "전기차 스타트업 붐은 끝났다"며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은 100년 이상동안 구축돼왔다.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산업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