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기자수첩] 푸르밀 '사업 재개' 물거품 되지 않아야

김아령 기자 2022-11-17 17:50:35
신동환 대표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다. 무릎꿇고 호소"…푸르밀, 경영정상화 과제는 수두룩

[김아령 생활경제부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회사는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고자 하오니 회사에 대한 미움을 거두어 주시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저희 제품을 사랑해 주십시오. 무릎 꿇어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은 지난 10일 신동환 대표이사와 임직원 일동, 푸르밀 노동조합원 일동 명의로 대국민호소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푸르밀은 당초 이달 30일로 사업 종료 계획을 밝혔지만, 이를 전격 철회하고 영업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우여곡절끝에 사업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사업 종료에 맞췄던 회사 내부 조직의 재정비와 거래처 재료 공급 문제, 대리점·농가와 신뢰 형성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연 신동환 대표가 말의 무게를 버틸 수 있을지, 아니면 사업 재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거품으로 끝나게 되는 건 아닌지 업계 안팎에서는 의구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푸르밀은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초코우유’ 등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회사의 가세는 점점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15억원으로 시작된 영업적자는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에서 지난해 123억원으로 규모가 늘어나면서 회사는 사업 종료 카드를 꺼냈다.
 
저출산과 우유 수요 문제로 유업계가 고충을 겪을 때 경쟁사들은 단백질 식품, 대체우유 등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러나 푸르밀은 유업계 중 유제품 의존도가 가장 높았음에도 별다른 히트 상품을 내지 못해 패를 봤다. 변화를 꿈꾸지 않는 경영진의 무능을 방증한 것이기도 하다.
 
경영 실패로 폐업을 선언했던 푸르밀이 돌연 영업 재개를 밝힌 만큼 마땅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협력사와 신뢰가 깨진 만큼 앞으로 PB상품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는 회사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푸르밀은 당장 자사 브랜드 제품만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사업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선 협력사와의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리점과 농가도 마찬가지다.
 
푸르밀은 영업 정상화를 위해 노조와 합의 후 인원 30%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충분한 소통이 안된 탓인지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본사 일반직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위로금으로 통상임금 상여금의 2개월분을 일괄 지급하는 반면, 공장 기능직은 근속연수에 따라 5~7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노노갈등까지 불거진 것이다. 내외부적으로 갈등이 최대로 치닫은 상황인 만큼 경영진은 고심의 결정을 내려야 했다.
 
신 대표가 푸르밀과 함께 실추된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되겠지’ 식의 방만경영 마인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변화의 노력 없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남아있는 푸르밀 직원들의 손을 맞잡은 만큼 이들의 희망이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