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푸르밀 대리점주들 "마른하늘에 날벼락…연락 한통 없었다"

김아령 기자 2022-10-18 17:50:12
대리점주들, "본사 측 영업 종료 통보? 뉴스 보고 푸르밀 사업종료 알았다"

(왼쪽부터)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동환 대표 [사진= 푸르밀]


[이코노믹데일리]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한다는 사실을 영업터를 통해 알았습니다. 완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에요” (푸르밀 대리점주 A씨)
 
범(汎)롯데가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지난 17일 전 직원들을 상대로 사업 종료 및 정리 해고한 가운데 전국 대리점에도 영업 종료를 통보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본지가 푸르밀 대리점주와 직접 통화한 결과 사실과 다른 점이 발견됐다.
 
18일 경기도에서 푸르밀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본사 측으로부터 사업 종료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 영업터를 통해 푸르밀이 사업을 접는다는 소식을 접해들었다”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장 아들이 경영하면서 사업이 엉망이 됐다. 다른 전문경영인이 사업을 지휘했더라면 살아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며 “본인만 떠나고 포기하면 될 일을 왜 사업까지 모조리 철수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서울 푸르밀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B씨는 “뉴스를 통해 사업을 접는 것을 알았다. 대표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책임감 없이 장사를 하나 싶다”며 “저희 사장님이 충격을 많이 받으셔서 정신이 없는 상태다. 갑자기 이러면 어떻게 하냐”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푸르밀은 롯데그룹 계열사로 있던 롯데우유를 모태로 한 기업으로, 2007년 독립해 2년 뒤 사명을 바꿔 운영 중이던 회사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오너가로 있는 회사다.
 
푸르밀은 2세 경영에 나서면서 실적이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2018년 공동 대표에 오르면서다. 2017년 15억 흑자를 내던 푸르밀의 영업이익은 2018년 15억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후 89억원(2019년), 113억원(2020년), 124억원(2021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푸르밀 측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 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보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점주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푸르밀이 한창 잘 나가던 2012년 신 회장이 서울여자간호대학을 인수했고, 현재까지도 이사장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 급하면 본사 땅이나 가지고 있는 거라도 팔아서 어떻게든 살고자 했으면 됐을 텐데...”라며 크게 안타까워 했다.
 
지난해 말 기준 푸르밀의 최대주주는 지분 60%를 지닌 신 회장이다. 10%는 신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 푸르밀 자사주 지분율 3.5%, 우리사주조합 지분율 6.5%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이 모두 오너일가 소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