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주력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날개를 잃은 듯 추락하고 있다. D램 가격은 10월에만 20% 넘게 떨어졌고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개인용 컴퓨터(PC)에 가장 많이 쓰이는 D램 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10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 9월 2.85달러(약 4060원)보다 22.46% 하락한 평균 2.21달러(3162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3.71달러)과 비교하면 40%나 빠졌다.
D램 가격은 하반기 들어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하며 하락하는 모습이다. 월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 7월 14.03% 급락했다. 8월에는 1.04% 떨어지는 데 그치며 하락세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10월에 다시 낙폭을 키웠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은 현재 과잉 공급 상태"라며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재고 수준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수요가 줄어들고 D램 제조사들이 보유한 재고가 늘어나며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마이크로SD 카드나 USB 저장장치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128Gb, 16G×8 MLC) 고정거래 가격은 9월(4.30달러) 대비 3.73% 내린 4.14달러로 나타났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은 5개월째 이어졌다. 올해 5월까지 4.81달러를 유지한 낸드플래시 가격은 6월 3.01%, 7월 3.75%, 8월 1.67% 등 내림세가 계속됐다. 9월에도 가격이 2.55% 떨어졌다. D램과 마찬가지로 공급 과잉 상태를 보이면서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공급을 줄이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투자 축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이 기간 무려 60.3%나 줄어들며 시장 전망치(2조100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라며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에서 수요 공급 균형이 정상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와 다른 행보를 암시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하며 "인위적인 감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치킨게임(양보 없이 극한으로 치닫는 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을 버틸 여력이 있는 데다, 오히려 지금이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기회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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