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삼성이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은 가운데 회장 취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부회장의 메시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공식 추모 행사를 따로 열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과 유족들이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 모여 비공개로 고인을 추모할 예정이다.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등도 이건희 회장이 잠든 묘역을 찾는다.
이건희 회장 2주기를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여러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오는 27일 3분기(7~9월) 실적 발표가 예정됐고 이에 앞서 정기 이사회가 열린다. 특히 11월 1일은 창립기념일로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예측된 날이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 시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외에도 삼성그룹 창업주이자 이 부회장 조부인 고 이병철 회장 35주기(11월 19일), 새해가 시작되는 내년 1월 1일, 내년 3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등이 거론돼 왔다.
일각에서는 삼성 측이 통상 12월에 단행된 정기 임원 인사를 전후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런 가운데 이 부회장의 과거 발언도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이른바 '국정농단' 관련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에는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도중 회장 승진에 관한 질문을 받자 "회사가 잘 되는 게 더 중요하다"며 회장 취임에 연연해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회장은 없다'는 발언이 어떤 의미인지는 해석할 여지가 있다. 부친과 같이 삼성 계열사 전체를 총괄하는 총수 역할이 사라진다는 뜻인지, 회장이라는 직함이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 부회장은 '4세 승계'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020년 5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핵심 사안이 경영권 승계인 점이 배경이었다.
이 부회장은 작게는 회장 취임 여부, 나아가서는 삼성의 경영 체계와 지배구조, 자신의 역할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오랫동안 고민해 온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자산총액 490조원, 연 매출 280조원(삼성전자 연결 기준)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을 총수의 리더십만으로 이끌기에는 어려워졌다. 이미 삼성은 각 계열사를 전문 경영인이 이끌고 총수는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중대 사안을 위주로 결정한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회장 직함을 달되,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하며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에게는 당장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은 반도체 경기 냉각과 가전시장 침체로 인해 악화가 확정적이다. 지난 7일 발표된 3분기 잠정 매출은 76조원,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이다. 전년보다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30% 넘게 떨어졌다.
돌연 사의를 표명한 이재승 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의 후임 인선도 남았다. 일단 현재 대표이사이자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이 겸직하지만 다가오는 정기 임원 인사에서 후임자를 다시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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