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퇴직연금(IRP)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가입하기 위해 주로 은행이나 보험사를 찾았던 고객들이 최근 들어 증권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증권사 계좌는 가입자가 직접 주식에 투자해 고수익을 얻을 수 있고, 연금으로 수령하면 절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14곳의 IRP 적립금은 7조5446억원으로 2019년 말 5조773억원보다 48%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보험업권 IRP 수입보험료는 4조7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7048억원 대비 9837억원 감소했다. 생명보험사는 2조8200억원, 손해보험사는 1조9000억원으로 각각 10%, 26% 줄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IRP 적립금은 23조8549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6조2580억원(35.6%) 증가했다. 다만 은행업권 점유율은 51.7%로 0.2%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기간 증권업권 점유율(20.5%)은 0.5%포인트 증가했고 보험업권 점유율(27.8%)은 0.7%포인트 감소했다.
은행과 보험사에서 개설하는 신탁형IRP와 달리 증권사 IRP는 ETF, 리츠 등에 직접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은행과 보험에서 제공하는 IRP와 달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 14곳의 IRP 평균 수익률은 11.21%로 은행(12곳) 4.7%, 보험(17곳) 3.3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절세 효과도 매력적이다. IRP로 펀드상품에 투자해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3.3~5.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해외자산 추종 ETF에 투자하면 배당소득세를 15.4% 과세하므로, 최대 5.5% 세율이 적용돼도 3분의 1 수준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증권사의 ISA계좌 계좌도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최근 ISA에서도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는 ‘중개형 ISA’가 출시돼 투자를 병행하려는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증권사 ISA 투자금액은 2월 62억원에 불과했지만 최근 3100억원대로 급증해 5배 가까이 시장이 성장했다.
증권사들은 IRP, ISA 계좌에 수수료 무료, 출시 기념 이벤트 등을 진행하며 신규 투자자 유치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을 필두로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등이 IRP 수수료 무료혜택을 제공하고 나섰다. ISA계좌에서도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이 각각 일정 기간 안에 가입하면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하반기에는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 등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차례로 중개형 ISA 상품 선보일 예정이다. 당장 수익성이 줄어들겠지만, 점유율을 높이고 자금을 유입시키면 장기적으로 수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략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RP와 ISA에서의 수수료 경쟁은 증권사들끼리 고객을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은행과 보험업권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재테크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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