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지난 2020년 기준 KT&G가 수출에 성공한 나라는 103개국에 달한다. 1988년 국산 제조 담배를 처음 수출한 지 30여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 분야에서 수출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에도 카메룬·부르키나파소·이스라엘 등 23개국을 신규 개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전자 담배 소비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일본에도 차례로 진출하는 데 성공하는 등 글로벌 시장 개척 속도를 높이고 있다.
KT&G의 해외 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현지화 전략이다. 초슬림 담배 ‘에쎄(ESSE)’를 현지 시장 특성에 맞게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4위 담배 소비국인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담배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정향(Clove, 열대성 정향나무의 꽃을 말린 것)이 함유된 에쎄를 출시했다. 세계적인 커피 생산·소비 국가라는 점에 착안해 커피향 에쎄 제품도 선보였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현지 담배 판매량만 해도 지난 2016년 7200억 개비에서 2020년에는 45억5000여 개비로 6배 이상 급증했다.
몽골에서도 지난해 에쎄 담배 판매량이 15억 6000개비를 돌파했다. 2016년(7억4000개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고타르 레귤러 제품 위주의 시장에서 초슬림 제품(에쎄)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에쎄 캡슐 담배가 젊은 층에게 높은 인기를 얻으며 몽골 전체 담배 중 점유율 1위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에쎄 같은 초슬림 제품뿐만 아니라 일반 굵기의 레귤러 타입 담배 브랜드인 ‘보헴(BOHEM)’, ‘타임(TIME)’ 등도 국가별 맞춤형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이 대표적이다. 쿠바산 시가(Cigar)엽이 함유돼 독특한 풍미를 지닌 보헴 담배는 지난 2010년 처음 대만에 선보인 이후 10여년 만에 대만 전체 수출량의 76%를 차지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차(茶) 문화 발달로 수백년간 다양한 차의 풍미를 즐겨온 대만 사람들의 특성을 읽어낸 전략이 통했다. 2019년 대만에 특화해 출시한 ‘보헴 듀얼볼’은 작년 한해 동안 현지에서 8000억 개비가 넘게 팔렸다. 대만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20대 남성 흡연자 어우양(歐陽) 씨는 "이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보헴 듀얼볼의) 두 가지 캡슐이 인상적이다”라며 “청량한 첫 맛과 깔끔한 마무리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2020년 KT&G의 글로벌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9862억원에 달했다. 지난 3분기에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글로벌 수출 성과가 한 몫 했다. 실제로 작년 글로벌 판매량은 총 480억개비로 국내 판매량(416억개비)을 훌쩍 넘어섰다.
KT&G는 이같은 여세를 몰아 글로벌 TOP4 담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2025년까지 국내외 담배 매출액 중 해외 비율을 50%까지 늘리는 것이 주요 목표다. 지난 3월 설립한 대만 타이베이 법인이 그 신호탄이다. 앞으로 대만 외에도 해외 법인 투자를 늘리는 한편 잠재 성장시장을 발굴해 신시장을 적극 개척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과 별도로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KT&G는 매년 매출액의 2% 이상을 사회공헌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KT&G 측은 “앞으로 강화된 글로벌 사업 역량과 ESG 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TOP4 담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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