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家 2·3세경영] ⑤아모레 3세 서민정, '경영수업' 열중…선명해진 승계구도

백승룡 기자 2021-03-26 10:27:30
실무 영업부서에서 핵심 그룹전략실로 이동…본격 경영수업 시작 아모레G 지분율 2.93% 그쳐…지분 상속까지 갈 길 멀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왼쪽)과 장녀 서민정씨.(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세 경영 승계를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 

서경배 회장 뒤를 이을 차기 후계자로 유력하게 꼽히는 장녀 서민정씨는 본격적인 경영수업과 혼인으로 안정적인 후계 구도를 만들고 있다.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서씨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하다 2017년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6개월간 근무한 뒤 중국 장강경영대학원(CKGSB)에서 석사를 마친 뒤 2019년 10월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서씨는 최근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을 전담하는 핵심 요직인 그룹전략실로 자리를 옮겼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를 보유해 서 회장(53.90%)에 이어 그룹 2대 주주다. 비상장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에스쁘아 등의 지분도 각각 18.18%, 19.5%, 19.52%도 보유 중이다.

안정적인 승계 작업을 위해선 수년째 부진한 주력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을 만회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4조 4322억 원, 영업익 143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20.6%, 영업이익은 66.6% 쪼그라들었다.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비상장 계열사들의 부진한 실적도 큰 부담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효자였던 이니스프리는 매출이 37% 줄어든 3486억 원을 기록, 영업이익도 70억 원에 그쳐 전년보다 무려 89%가 줄었다. 에뛰드는 매출 1113억 원으로 전년보다 38% 감소해 영업적자만 180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에스쁘아는 적자 전환, 병원 화장품을 취급하는 에스트라는 영업이익 94% 감소했다.

서씨는 경영 리더십 확보 차원에서도, 승계 재원 확보 차원에서도 그룹전략실에서 계열사 실적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꼭 필요해진 셈이다.
 

[사진=인터넷]

그러나 비상장 계열사를 활용한 승계 재원 마련도 녹록지 않다.  그동안 재벌가에서는 후계자 소유의 비상장사에 그룹 차원의 일감을 몰아줘 사세를 확장한 뒤, 이를 승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일종의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한 데 이어, 최근 정부가 규제의 수위를 날로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씨가 31세의 젊은 나이임을 고려하면 지분 승계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체질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젊은 피' 수혈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전체 마케팅 재원의 50%를 디지털 채널에 투입해 온라인 전환에 속도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기 위해선 젊은 후계자 서민정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편 서씨는 지난해 10월 보광창업투자 홍석준 회장의 장남 홍정환씨와 결혼했다. 홍정환씨는 최근 서경배 회장으로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주사인 아모레G 주식 10만주를 증여받았다. 업계에서는 서씨의 남편까지 지주사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안정된 후계구도를 만들었다는 시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