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 2위인 ㈜대상이 '3세 자매경영'을 앞두고 있다.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등기이사에 선임되기 때문이다. 임 전무 동생인 임상민 전무가 지난해 3월 대상의 등기이사로 선임된 바 있어 두 자매가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상홀딩스는 오는 26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임세령 전무는 지난 2016년부터 ㈜대상 마케팅담당중역과 계열사인 초록마을의 마케팅담당중역을 맡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대상홀딩스에서 전략담당중역도 겸임해 지주사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대상그룹은 임세령 전무의 등기이사 선임 배경과 관련해 “식품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적에 따른 보상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번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임세령 전무는 부친 임창욱 명예회장, 모친 박현주 부회장과 함께 이사회에 참여해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대상그룹의 ‘자매경영’이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경영권 후계 구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당초 대상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는 임상민 전무로 알려졌다.
임상민 전무는 이화여대와 미국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2007년 대상그룹 계열 투자사인 UTC인베스트먼트의 투자심사부 차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지난 1월 초 출산휴가를 마치고 경영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승계도 임상민 전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난 2001년 임 명예회장이 지분을 상속하기 전 두 자매의 지분율은 2.57%로 동일했지만 지분 상속 이후 임상민 전무가 14.42%, 임세령 전무가 10.22%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후 임상민 전무는 지난 지주사 전환(2005년)과 지분 추가매입(2009년) 등을 거치면서 현재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지분 36.71%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임세령 전무가 보유한 대상홀딩스 지분은 20.41%, 임 명예회장은 4.09%, 박현주 부회장은 3.87%를 보유 중이다. 임세령 전무에게 증여하더라도 임상민 전무의 지분을 넘어서긴 어렵다.
대상 관계자는 "3세 두 분 모두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차원으로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이라면서 "후계자 등 경영 승계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임세령 전무는 당분간 지주사에서 ㈜대상을 비롯한 초록마을 등 다른 계열사의 전반적인 경영을 맡고, 임상민 전무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상에서 글로벌시장 개척과 신사업을 발굴한다.
대상은 지난해 매출 3조1138억원, 영업이익 1749억2729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1%, 34.8% 증가했다. 최근 매출도 2016년 2조8550억원, 2017년 2조9688억원, 2018년 2조9567억원, 2019년 2조963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2016년 3.89%, 2017년 3.26%, 2018년 4.06%, 2019년 4.38%로 오르고 있다.
대상은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10년 내 인도네시아 사업 매출액을 1조원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상의 인도네시아 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3697억원을 기록해 전년(3464억원) 대비 7% 성장했다. 인도네시아 식품 사업은 지난해 매출액 1326억원을 기록해 전년(1184억원) 대비 12% 늘었다. 이로써 대상은 ‘2030년 매출액 1조4000억원 달성으로 ’인도네시아 TOP 10 종합 식품기업‘과 ’동남아시아 소재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상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 더 관심을 갖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시장 등으로 사업 및 수출을 다변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식품 종류를 확대하고, 설비 투자하는 등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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