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커머스'가 유통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면서 플랫폼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대기업 유통기업, 이커머스까지 가세해 '총성없는 전쟁'이 치열하다.
미디어 커머스는 기업의 상품 판매에 도움이 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 뒤 영상 플랫폼이나 SNS 채널을 통해 홍보하고 판매하는 모든 거래 활동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라방'이라 불리는 '라이브커머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20-30대인 MZ세대가 주 소비층인 미디어커머스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특히 국내 미디어 시장이 유료방송에서 인터넷스트리밍방송(OTT)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CJ ENM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회사 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KT, 신세계도 콘텐츠 제작과 지적재산권(IP)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편집자주>
[데일리동방] 네이버와 카카오가 기존 플랫폼 사업을 넘어 콘텐츠 사업에서 공격적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웹툰·웹소설 등 지적재산권(IP)을 토대로 콘텐츠 공급자(CP)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 우군 확대하는 네이버…CJ·빅히트·왓패드 콘텐츠 역량 손 안에
지난해 연간 최대실적을 기록한 네이버는 매출액 5조3041억원 가운데 콘텐츠 부문에서 4602억원을 거둬들였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7%로 비교적 크지 않았지만, 전년 대비 48.8%에 달하는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실적발표 당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핵심 글로벌 스토리텔링 IP"가 만들어지도록 할 것이며, 양질의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신규사업 기회를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콘텐츠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네이버가 콘텐츠 시장을 넓히는 방식은 우수한 콘텐츠 역량을 지닌 외부 기업들과의 협업이다.
특히 네이버는 지난달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 인수를 통해 글로벌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 업체로 도약하게 됐다. 왓패드는 9000만명의 글로벌 유저를 확보한 곳으로, 왓패드에서 탄생한 1500여편의 작품이 넷플릭스 영화와 출판물로 제작된 바 있다. 네이버웹툰의 월 사용자 수(MAI)가 72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네이버는 기존 웹툰과 왓패드 인수를 통해 약 1억6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지닌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르면 올 상반기께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웹툰·웹소설 콘텐츠 사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웹소설을 웹툰으로, 혹은 웹툰을 웹소설로 수익모델을 확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웹툰·웹소설 원천 콘텐츠를 영상화하는 사업도 다양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네이버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도 제휴에 나섰다. 네이버가 빅히트 자회사 비엔엑스의 지분 49%를 인수하며 양사의 K팝 팬덤 플랫폼을 하나로 합치기로 한 것이다. K팝 팬덤이 세계적으로 확장되면서 이들을 결집할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인식에서다. 약 1년에 걸쳐 통합될 새 플랫폼은 네이버가 가진 콘텐츠 송출과 라이브 스트리밍, 커뮤니티 플랫폼 분야 기술력과 빅히트의 한류 콘텐츠가 더해질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해엔 CJ그룹과 지분교환으로 '혈맹'을 맺었다. 첫 결과물로 이달부터 네이버 멤버십 혜택에 '티빙'을 추가한다. 지난해 6월 출시한 네이버 멤버십은 결제 시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과 함께 티빙 등 디지털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회원제 서비스다. 네이버페이 적립으로 인기를 끌며 출시 6개월 만에 회원수 250만명을 돌파했다. 다만 디지털 콘텐츠 혜택이 다소 부족하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CJ와의 제휴를 통해 이를 보완하게 된 것이다.
티빙 제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CJ그룹 계열사 △CJ ENM △CJ대한통운 △스튜디오드래곤 등 3곳과 포괄적 사업협력을 추진키로 하면서 지분 6000억원 가량을 교환한 바 있다. 티빙 제휴를 포함해 네이버는 이들 CJ 계열사들과 콘텐츠·물류 부문에서 다양한 협업모델을 만들어낸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의 공격적인 제휴가 이어지자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네이버를 방문한 것을 두고도 또 한번의 사업제휴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네이버는 생태계 확장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기존 서비스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공격적인 성장이 지속되고,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내부역량 결집하는 카카오…해외진출·자금조달 기대감 높여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등 원천 IP를 영화·드라마로 영상화하는 밸류체인을 구축, '한국형 디즈니'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내부 계열사에 흩어진 콘텐츠 역량을 결집시켜 자체적인 콘텐츠 생산·유통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네이버가 왓패드 인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휴, CJ그룹과 지분교환 등으로 외부 기업과의 동맹지도를 넓히는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카카오계열사인 카카오페이지·카카오M은 내달 1일 합병을 통해 단일 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앞서 양사는 지난달 말 각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한 데 이어 주주총회 최종 승인까지 받았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연 매출규모는 1조원에 달한다. 각 매출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카카오 자회사 간 대규모 합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카카오페이지는 웹툰·웹소설 등 원천 IP 역량과 플랫폼 네트워크를, 카카오M은 음악·드라마·영화·공연 등 콘텐츠 사업에서 역량을 갖춰왔다.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한 원천 스토리 IP는 약 8500여개에 달한다. 카카오M은 배우 매니지먼트 7개사와 음악 레이블 4개사, 다수 드라마·공연·영화 제작사를 산하에 두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같은 우수한 내부 자원을 활용, 웹툰·웹소설 IP를 기반으로 드라마·영화 제작 등 다양한 시너지를 추구할 전망이다.
카카오 측은 "양사의 비즈니스 노하우와 역량, 밸류체인을 결합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출범을 계기로 해외시장 진출과 자금조달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간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 플랫폼이 구심축이었던 특상상 카카오는 국내 사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영화·드라마 등 K-콘텐츠에 대한 해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카카오가 사업무대를 해외로 넓히는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해 "카카오의 화두는 글로벌화"라고 밝힌 포부를 향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첫 발을 내딛게 된 셈이다.
또한 기존법인인 카카오페이지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을 추진해왔는데, 이번 합병을 통해 몸값을 크게 높이게 됐다. 향후 IP 확보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현용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법인 매출 구성은 웹툰·웹소설 55%, 음원유통 25%, K팝 매니지먼트 10%, 드라마 제작 등 기타 10%로 음원유통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은 고성장 및 시장점유율의 공격적 확대가 예상된다"며 "합병법인 시총으로 7조원까지 기대된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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