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은 기존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각각 오르게 된다. 개정안이 적용되는 시기는 2022년 1월 이후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어 시행 시기 이전 체제 변경을 완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SK하이닉스 지분을 10%가량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8조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상당한 부담이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기존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확대됐다. SK㈜와 ㈜한화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으나 이번 개정안 통과로 포함됐다.
사익편취 규제 강화로 국내 그룹들은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총수일가가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통상 책임경영 명목으로 최대주주가 지분을 늘리는 기대요인은 사라질 전망이다.
‘3%룰’ 적용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대치된다.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율을 늘려도 의결권이 제한되는 탓이다. 최대주주가 지분을 확대할수록 투기자본은 적은 자본으로 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지주체제 전환의 불완전성(경제력 집중 억제 제도 부재)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책에 순응한 결과가 오히려 고립된 위치로 자신들을 몰아붙이는 형국이 돼 버린 탓이다. 국내 그룹 계열사들은 자회사 등에 대한 지분을 늘려도, 줄여도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지주사는 ‘만년 저평가’ 탓에 투기자본의 주력 타겟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들은 지주사 전환 최대 목적으로 ‘적대적 M&A’ 방어에 중점을 뒀으나 각종 법안 개정으로 그 힘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3법(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감독법)이 시장 경제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상적인 기업 간 거래마저도 막을 수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에 국내 재계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새해에는 정치와 경제 이슈를 구분하고 2022년 이후에도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제3법 통과를 두고 기업을 옥죄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발언 또한 그 연장성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경제3법 등 기업을 제약하는 법안이 무더기로 입법됐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을 제한하고 경제활력도 저하되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비용이 늘어나는 정책은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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