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준비중이다. 지난 8월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간 회동 이후 불과 2개월여 만에 거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 거래는 통상적인 M&A 절차와 다른 점이 있다. M&A는 ‘전략수립-대상 선정-실사-거래 실행-합병 후 통합관리(PMI)’(FI는 엑시트 전략 추가) 순으로 진행된다. ‘거래 실행’은 실사 후 거래구조를 짜고 시너지효과 등을 감안해 인수 대상 가격을 결정하는 절차가 포함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단을 꾸렸다. 즉 실사를 하지 않은 채 유상증자 등 거래구조부터 확립했다. 일각에서는 ‘형식적 실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M&A 절차는 가이드라인일 뿐 정해진 틀이 없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이번 거래는 인수자인 대한항공이 아닌 산은 측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에서 순서가 바뀔 수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대한항공이다. 실사를 하지 않은 채 거래구조를 받아들이고 이 과정에서 경영, 인사 등 권한을 산은에 넘기는 등 투자합의서를 체결한 탓이다. 그러나 이 합의서가 어느 수준의 법적 효력을 지니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만큼 산은과 한진그룹은 거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적 문제를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제거하려는 모습이지만 한진그룹 지배구조가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도 있다.
이번 거래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 주요주주인 KCGI는 줄곧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거론하며 과도한 부채 등 비정상적 경영을 지적해왔다.
지배구조란 계열사 간 지분구조를 뜻하는 것이 아닌 기업의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를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이사회이며 기업이 올바른 결정을 하고 주주권익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한진칼 이사회는 산은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해 주주권익을 오히려 침해했다. 3자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이 직접 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묵묵부답이다. 한진칼이 제3자 배정을 할 수 있는 조건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내린 이번 결정이 ‘경영권 방어’ 목적 의혹으로 증폭되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은과 한진그룹은 한진칼 제3자 배정 결정에 따른 경영권 분쟁 이슈를 검토하지 않았을 수 없다”며 “이미 과거 판례에서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은 제3자 배정 유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거래를 진행하는 한진그룹은 지배구조가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것을 스스로 방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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