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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정보운의 강철부대] '철강국'에서 '전장국'으로…벤츠가 주목한 한국

정보운 기자 2025-11-15 09:00:00

자동차 산업 심장, 엔진에서 배터리·반도체로

벤츠·LG·삼성이 잇는 'K-전장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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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스튜디오 파라다이스'에서 14일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미래 전략 간담회'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 CEO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보운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자동차 산업의 심장이 엔진·차체에서 배터리·반도체로 옮겨가며 '철강의 나라'로 불리던 한국이 이제는 '전장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스튜디오 파라다이스'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미래 전략 간담회'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는 "LG·삼성과 협력을 강화해 미래 기술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한국을 혁신 거점으로 지목했다.
 
자동차의 심장이 바뀌다, 철 대신 전류
핵심은 '기술 중심 전환'이다. 벤츠가 자체 개발한 차량 운영체제 'MB.OS'는 '슈퍼컴퓨터급 두뇌'를 품은 자동차로 불릴 만큼 고도화된 시스템이다. 이 플랫폼은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과 결합해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등 미래차의 핵심 기능을 구현한다.

한국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다. 과거 조립 공장으로 여겨지던 위치에서 벗어나 이제는 글로벌 완성차들의 핵심 기술 파트너이자 혁신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는 전기차 심장인 배터리 기술을 주도하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필수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의 전기차 EQA·EQE 등 일부 모델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고성능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을 중심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셀 고밀도화와 충전 효율 개선을 통해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전략에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다.

디스플레이·반도체 역시 'K-공급망'을 강화하는 축이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는 벤츠의 OLED 기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하며 차량 내부를 '움직이는 디지털 라운지'로 만드는 핵심 기술을 담당하고 있다.

자율주행·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에 들어가는 반도체 역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전장은 새로운 강철…한국 산업의 엔진은 여전히 뜨겁다
이 같은 전장 확장은 철강산업의 체질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전기차 전용 초고강도 강판, 배터리 케이스용 알루미늄, 모터 효율을 높이는 고자속 전기강판 등으로 '철에서 전자'로의 진화를 가속하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를 지탱하던 강철이 이제는 전류를 흐르게 하는 금속으로 한국 산업의 신경망을 새로 짜고 있는 셈이다.

산업계는 칼레니우스 회장이 한국을 핵심 혁신 거점으로 지목한 이번 발언을 글로벌 완성차 기업 수장이 한국 전장 생태계를 공식 인정한 신호로 해석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장은 이제 새로운 강철"이라며 "배터리·반도체·디스플레이가 자동차 산업의 핵심 소재가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심장은 변하고 있다. 한때 엔진과 철강으로 상징되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 산업의 동맥을 흐르는 것은 전류다. 강철부대의 시선이 머무는 곳, 한국 산업의 심장은 여전히 뜨겁다. 다만 그 열은 이제 철이 아닌 전장으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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